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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예비군 훈련장. 여기저기서 예비군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이틀째 경기 전 지역에 폭염경보(낮 최고기온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가 발효된 터라 입소시각인 오전 9시에 기온은 이미 30도를 웃돌았다. 훈련 시작을 기다리는 예비군들은 윗옷을 펄럭거리고 전투모로 부채질을 하면서 “덥다, 더워”란 말을 되뇌었다.
‘폭염경보까지 발효된 날 굳이 예비군 훈련을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을 때 교관은 마치 머릿속이라도 들여다본 듯 “혹서기인 7월 말부터 8월 첫 주까지 단 2주 동안만 예비군 훈련이 중단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예비군 훈련은 폭염과는 상관없으니 진행되니 일찌감치 마음을 비우라’는 소리로 들렸다.
훈련은 10명을 1개 분대로 편성해 9개 훈련과정을 순서와 상관없이 모두 통과해야 퇴소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조금이라도 기온이 낮은 오전에 강도가 높은 전술훈련 1(소부대전술훈련)·전술훈련2(시가지 교전)부터 했다.
전술훈련1교장으로 이동하는데 전투복은 이미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교관은 “뛰지 않거나 함성을 지르지 않는 예비군이 있으면 분대 전체를 불합격 처리해 오후 재교육을 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방탄모와 K-2소총(약 3.5㎏)이 돌덩이처럼 목과 어깨를 짓눌렀다. 모두들 악을 쓰며 열심히 뛴 덕택에 다행히 통과했지만 분대원 중 한 명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그러나 열사병이나 어지럼증 등 만일의 안전사고에 대비한 구급차는 보이지 않았다. 사격 교장에만 구급차 1대가 배치돼 있었다. 쓰러진 예비군은 의무대로 옮겨진 뒤 조기 퇴소했다.
레이저 장비를 착용하고 분대 간 전투로 승패를 가리는 시가지 교전까지 마치고 나니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들렸다. 땀이 마른 전투복에는 하얀 소금꽃이 피었다.
오후 훈련 시간이 되니 걷기 조차 힘들 만큼 땡볕이 내리쬐었다. 폭염 탓에 수류탄 실습 등 훈련 일부가 취소됐다. 땀에 전 전투복은 후줄근하게 축 늘어졌다. 결국 훈련시간이 1시간 반가량 줄어들어 오후 4시 30분쯤 모든 훈련을 마무리했다.
훈련을 끝나고 퇴소절차를 밟을 때면 시장통처럼 시끌벅적 했지만 이날 400여명의 예비군은 가쁜 숨만 내쉴 뿐 누구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기자가 지난 6년 간 받은 예비군 훈련 중 가장 ‘짧고 굵은’ 훈련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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