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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극적인 가결 기대감을 증폭시켰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제2 승인투표가 다시 한 번 부결되면서 외환시장의 눈이 영국으로 쏠리고 있다. 브렉시트가 ‘노딜’이냐 아니냐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서면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원화나 원화 자산 가치도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께인 오후 3시30분 파운드·달러 환율은 파운드당 1.3091달러에 거래됐다. 전거래일 대비 0.94% 급락한 수치다. 지난 1월 3일(-1.54%)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다.
간밤 브렉시트 제2 승인투표가 큰 표차로 부결된 여파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은 두 번째 브렉시트 합의안을 찬성 242표, 반대 391표로 부결시켰다. 149표차다. 지난 1차 투표 당시 사상 최대인 230표차보다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큰 표차다.
시장의 관심은 브렉시트 불확실성을 발빠르게 반영하는 파운드화에 일차적으로 쏠리고 있다. 전날만 해도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해 말 대비 3.82% 급등했었다. 올해 들어 ‘노딜’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많았고, 합의안 가결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합의안 부결 소식에 파운드화의 하락은 불가피한 결과다.
13일 파운드화 가치가 대폭 하락하긴 했지만 그나마 0.94% 하락에 그친 것은, 여전히 ‘노딜’ 가능성을 높지 않다는 시장의 평가가 반영된 결과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만약 13일 영국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한다면 파운드화 가치가 단번에 3% 이상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파운드화가 지닌 지위가 워낙 크다는 점이다. 달러화 가치를 평가하는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 가치와 비교해 계산되는데, 6개국 통화 중 유로화 비중이 대략 58%, 파운드화 비중은 12% 정도다. 결국 파운드화가 큰폭으로 움직이면 달러화가 흔들리고, 이는 원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브렉시트 이슈는 보통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를 동시에 낮추는데, 이 경우 달러화 가치가 반등하고 이로 인해 원화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특히 원화의 경우, 가장 큰 이벤트인 미·중 무역협상이 길어지면서 내성이 생긴 상태다.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국내 시장참여자들의 투자 심리에 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보인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2.80원 상승한(원화 가치 하락) 1132.60원에 마감했다.
한은 관계자는 “영국은 글로벌 외환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항상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브렉시트 결과에 따라 파운드화 값이 하락하면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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