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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재 한미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가감 없이 밝혔다. 책 본문에도 등장하는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가 ‘가스라이팅’ 됐다는 주장에 대해서 그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치밀하게 한국을 압도하고 허수아비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우리 스스로도 알게 모르게 미국에 압도당한 부분이 있다”며 “실제 진보 정부 시절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이 압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김 원장은 “호혜적 동맹관계지만 우리는 미국에 못 하는 얘기가 너무 많고, 미국을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되는 세계 최강국으로 스스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한미 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하며 국제 관계에서 우리의 입장과 이익을 추구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실용적인 방향으로 한미 관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보면서 “동맹이 언제나 세속화, 비즈니스화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우리도 자국의 이익에 따라 미국과 어느 정도 밀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특히 미중 분쟁 사이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도 훼손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양국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비슷한 갈등 상황에 놓인 독일, 프랑스, 호주, 아세안 등과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전세계 60개 넘는 국가가 미국과 우호적 관계에 있고, 110개 넘는 국가가 중국과 무역을 하고 있다”며 “이들 역시 분명 양국 사이에서 불편한 입장에 놓여 있고 우리와 연대하길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견제 구상으로 평가받는 미국 주도의 협의체 ‘쿼드(Quad)’ 참여에 대한 질문에는 “(방향성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중국을 겨냥한 군사동맹일 경우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