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3 분의 1가량이 코로나19에 확진된 만큼 롱코비드(코로나19 후유증)도 전방위로 번진 가운데, 정보력이 낮거나 스스로의 몸 상태를 명확히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과 그 돌봄자는 더 큰 고충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취약계층에 대해선 코로나19 완치 이후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후유증 치료 적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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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500만명을 넘어서며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상당히 늘었다.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에서 완치된 10명 중 8명가량이 이후에도 피로감과 호흡곤란, 건망증, 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후유증은 전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심신 상태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이와 그 보호자가 겪는 곤혹스러움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주부 김씨는 “아이가 머리가 아프다고만 하길래 정확한 이유를 몰랐다”며 “평소 부리는 투정과 쉽게 구분하기 어려워서 기사를 보고 나서야 롱코비드란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 커졌다”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A씨 역시 “지난달 초에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자꾸 속이 안 좋고 가슴이 답답해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하더라”며 “처음엔 꾀병인줄 알았는데 한의원을 가봤더니 후유증일 수도 있다고 해서 약을 지어왔다”고 토로했다.
노령층, 발달장애인 등과 그 돌봄자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80대 친할머니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직장인 정모(31)씨는 “할머니는 치매 초기 증상이 있어서 표현을 잘 못하시고, 코로나19에 걸렸다는 걸 설명해줘도 잘 알아듣지 못하신다”며 “고령에 기저질환도 있으시니 계속 말을 걸면서 건강상태를 살펴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차모(36)씨는 “노인들 중에선 자신의 상태를 일부러 숨기려고 하는 이들도 있고 소통이 어려운 분들도 많다”며 “후유증을 알아차리는 게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 “꾀병 취급보다 주의 깊은 관찰 필요”
롱코비드가 보편적인 현상이 되고 있지만, 취약계층에 대해선 아직 인식이나 연구가 부족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롱코비드의 증상은 다양하고 비특이적이며, 연령과 관계없이 새로운 증상도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다”면서 “자신을 표현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단순히 꾀병이라고 치부하는 대신 증상에 따라 내원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롱코비드 연구가 보통 성인에만 초점을 두고 있단 점은 해외에서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최근 어린이에 대한 코로나19 관련 연구가 현저히 적다는 지적을 내놨다. 네이처는 “성인들보다 10대들, 특히 11세 이하 어린이들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관련 연구는 성인에 비해 훨씬 적다”고 짚었다. 영국의 코로나19 어린이 지원단체인 롱코비드 키즈(Long Covid Kids)는 어린이·청소년의 롱코비드 증상을 의료진이 ‘심리적인 문제’로 치부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호·돌봄자들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은병욱 노원을지대병원 교수는 “유소아들의 경우 부모가 하루 종일 관찰이 가능하지만, 그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나 청소년, 고령층은 증상을 보여도 경시되기 쉽다”며 “이들이 ‘가슴이 답답하다’, ‘피곤하다’, ‘머리가 아프다’ 등의 표현을 한다면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