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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서귀포시 토평동 헬스케어타운의 ‘녹지국제병원’을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최종 허가했다. 중국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한 녹지국제병원은 연면적 1만 8253㎡(지하 1층·지상 3층) 부지에 778억원을 들여 지난해 7월 완공했으며, 이미 48병상에 의료진 58명과 행정인력 76명 등 134명을 채용했다.
영리병원은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받아 수익을 목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수익을 투자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형태의 병원이다. 현행 의료법은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경제자유구역 8곳과 제주도에서는 외국자본 유치 활성화를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그간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 등으로 허가가 나지 않다가 이번에 첫 사례가 나온 것이다.
이번 영리병원 허가로 의료산업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영리병원에 매년 해외환자 30만명이 방문해 병상 70%를 점유하고, 현 평균 진료비의 2~5배를 지불하면서 1인 평균 8일을 입원할 경우 최대 4조 8818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만 7939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의료 분야에서도 다른 산업처럼 회사 형태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투자를 통해 국내 의료 수준을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병원들은 대출을 통한 투자에 의존했기 때문에 병원이 잘못되면 의사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영리병원은 회사 형태로 자본을 조달하기 때문에 첨단 의료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녹지국제병원 이후 추가적인 영리병원 허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인천경제자유구역과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황해경제자유구역, 충북경제자유구역 등 8개 경제자유구역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하다. 인천은 유정복 인천시장이 2014년 취임하면서 송도국제병원 부지에 영리병원을 짓기로 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당초 계획은 송도에 300병상 규모의 영리병원을 유치한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영리병원 유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지난 2월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인천 송도 영리병원 설립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현재 송도 해당 부지에 국내외 대학병원간 합작 형태의 비영리병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 역시 외국인투자구역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내 명지국제신도시에 의료기간부지를 지정하고 수년째 영리병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 다른 경제자유구역도 영리병원 설립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까지 추가로 논의되는 곳은 없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과장은 “이번 녹지국제병원 외에 추가로 영리병원을 신청한 사례는 없다”며 “향후에도 신청할 것을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원 도지사는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을 허가했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로 한정했다.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을 적용하지 않아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제주도는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원 지사는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한 이유는 국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관광산업 재도약과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정에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의료영리화 시발점이 될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의협 측은 “이번 제주도 결정은 공공의료 강화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를 필두로 한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비급여 비용 지출절감 등의 정책을 펼치는 정책 기조에 역행하고, 국민이 정부에 기대하는 역할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