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선나무는 한반도에서만 자생하는 식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특산식물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문제는 전시원 내 다른 식물들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개복수초 등도 개화시기가 앞당겨져 기후위기가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
주요 식물 개화 시기 급변
국립수목원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식물계절상 개화시작 시기가 지난 10여년간 앞당겨지는 추세다. 봄철 식물의 대명사인 개나리는 지난 2009년(4월 6일)과 2012년(5월 6일)과 비교하면 올해(3월 31일) 시기가 앞당겨졌다. 산수유도 2011년(4월 10일)과 2012년(4월 29일)을 비교하면 작년(3월 18일)과 올해(3월 31일) 개화시기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선나무는 2011년(5월 5일)과 2012년(4월 29일)과 비교하면 작년(3월 26일)과 올해(4월7일)로 변동성이 크다. 진달래도 약 한달 개화 시기가 앞당겨졌다. 진달래는 △2012년(4월 29일) △2014년(5월 18일) △2015년(5월 7일) △2023년(4월 1일) △2024년(4월 1일) △2025년(4월 7일)로 약 한달 개화시기가 빨라졌다.
이른 봄에 꽃이 피는 개복수초도 2013년(3월 17일)과 비교하면 △2022년(3월 11일) △2023년(3월 13일) △2024년(3월 4일)로 계속 앞당겨지는 추세다. 개복수초는 꽃봉오리가 열을 내며 눈을 녹이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하기 때문에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개화 추세라면 2월 말에 개화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셈이다.
김동학 연구사는 “수목원 일대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 지역으로 유네스코 관리센터와 함께 관리하고 있는 곳”이라며 “지난 2009년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계절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원래대로라면 순서대로 펴야 할 식물들이 다같이 펴있거나 순번이 역전되는 현상들이 전시원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기온 등 복합 요소 작용…기후 위기 현실화
일반적으로 식물의 개화 시기에는 평균 기온, 토양, 강수량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다. 가령 물을 좋아하는 나무는 계곡 인근에 위치한다. 수목원이 있는 광릉숲은 인근 지역 대비 다소 기온이 낮다는 특성으로 개화시기도 그만큼 늦다. 개화에 가장 직접적인 요소는 적산온도(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열량을 나타내는 지표)로 생육일수와 일평균기온을 곱한 값을 이용한다. 실제 개화 확정은 연구사들이 현장을 다니며 개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기록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개화시기가 앞당겨지면 당장의 영향은 미미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식물 관련 생태계 요소가 교란돼 식물들이 열매를 맺지 못하고, 벌과 같은 곤충이 찾아오지 못하게 되면서 악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오승환 경북대 산림과학조경학부 교수는 “추웠다가 따뜻해질 때 순차적으로 개나리가 피고 진달래가 피는 자연의 순서가 있는데 3월 하순경을 지나면서 적산온도가 한번에 누적되면서 꽃이 다 펴버린 순간이 다가왔다”며 “이미 개화시기가 다 무너졌다고 봐야 하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4월에도 갑자기 추워지는 등 변동성도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식물종이 출현하는 등 변화가 예고된다.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벚꽃의 개화시기가 빨라지는게 아니라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수목원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자생식물의 계절현상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은 없는 실정이다.
오승환 교수는 “생태계가 무너지다보니 꽃의 생식 과정 중 수정이 일어나는 과정이 잘 안돼 결실이 제대로 안될 수 있다”며 “특히 갑자기 비나 우박이 내리는 요즘 상황에서는 꽃이 져 버리거나 꽃가루 수분을 할 과정이 부족해지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식생이 변화해 다른 종들이 번성하게 대한 이상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