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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 겸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은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 전날 백신 예약 중단 사태에 대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정 청장은 “조기 예약이 종료된 것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드리지 못하고, 안내 드리지 못해 송구하다”고 언급했다.
앞서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2일 0시부터 17일 오후 6시까지 엿새간 55~59세 일반 국민(352만4000명)을 대상으로 백신 사전예약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대 80만명에 달하는 접속자가 동시에 몰리며 사이트가 마비되는 등 일대 소동이 일었다. 사이트 복구 후에도 접속자 폭주는 계속돼 수 시간에서 수십 시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사전예약 시작 15시간 30분 만에 예약 일시 중단 공지가 떴다.
앞서 정부는 “이달부터 충분한 백신 물량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것“(문재인 대통령, 7월 5일), “하반기 공급 예정인 백신 물량은 굉장히 충분한 상황”(정은경 청장, 6월 24일) 등이라고 언급했던 만큼 일반 국민들은 사전예약 역시 접종대상 352만명분을 당연히 확보한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사실상 ‘선착순 예약’으로 정체가 드러나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방역당국이 준비했던 백신이 185만회분밖에 안 됐다는 사실을 예약 중단 후 뒤늦게 진행한 오후 브리핑에서 밝혀져 분통을 자아냈다. 박혜경 추진단 접종시행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백신 물량은 제조사와의 계약 조건상 비밀협약유지 때문에 정확히 말할 수 없다”며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동네 슈퍼도 특가 상품을 팔 때 ‘얼마에, 언제까지 팔 것이고 몇 개가 준비돼 있다’고 공지를 한다”며 “방역당국은 기자가 준비한 물량에 대해 질문을 하니 그제야 185만회분이 있다고 답을 했는데 이는 성의가 없고, 실력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서버 폭주 사태가 지난달 군 관련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얀센 백신 100만명분 사전 예약 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다는 점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실패했다고 본다”며 “예를 들어 58~59세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먼저 예약을 시작했으면 혼란을 조금 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 같은 사태는 향후 사전예약과정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오는 19일 진행하는 50~54세 대상 사전예약과정에서 서버 폭주 사태는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50대 접종, 모더나 661만회분 추가 필요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백신이 예정대로 확보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50대가 맞을 수 있는 모더나 분량이 7~8월 제때 들어올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방역당국이 밝힌 모더나 백신 잔여량은 80만 7500회분뿐. 단순하게 1차 사전예약분 185만회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104만 2500회분, 아직 예약을 하지 못한 55~59세 연령층까지 포함하면 271만 6500회분이 필요하다. 여기에 이달 19일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하는 50~54세 연령층에 대한 접종을 위해 390만회분이 더 필요하다.
결국 내달 21일까지 50대 전체를 대상으로 접종을 마치기 위해서는 향후 5주에 걸쳐 매주 130만회분 이상, 총 661만 6500회분의 모더나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혜경 접종시행반장은 일단 “모더나의 접종 도입 물량은 7월에 비해서 8월에 많다. 접종을 희망하는 50대에 모두 예약 기회가 부여될 것”이라며 “돌발적인 예약이 중지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청장은 그러나 지난해 연말 모더나 4000만회분을 계약했다고 발표한 자리에서 “공급 시작 시기를 내년도 3분기(7∼9월)에서 2분기(4∼6월)로 앞당겨졌다”고 공언하는 등 이미 허언을 남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방역당국의 계산에 따라 하루 확진자 2331명까지 찍을 것으로 보이는 8월 중순까지 4차 대유행이 지속된다고 볼 때 백신 수급이 지연되면 일상회복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는 백신을 구할 수만 있으면 어디에라도 무릎 꿇고 빌어야 한다”며 “그것이 경제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