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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는 시작일 뿐…中, 영상제작 AI 톱10 중 9개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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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8.10 16: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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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제미나이만 1위, 2~10위 中 독식
오픈AI '소라' 접고 앤스로픽도 후순위
영상 우위가 '월드모델' 경쟁의 발판
휴머노이드·자율주행 두뇌로 이어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인공지능(AI)이 할리우드를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까지 넘보고 있다. 중국의 실력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분야가 챗봇이 아니라 영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지난달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즉석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AFP)
지난달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즉석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AFP)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I 성능 평가 플랫폼 아티피셜애널리시스가 매긴 영상제작 AI 순위에서 상위 10개 가운데 9개를 중국 모델이 차지했다. 1위인 구글 제미나이만 미국 몫이었다. 문장을 넣으면 영상을 만들어주는 이른바 ‘텍스트 투 비디오’ 기술이다.

미니맥스의 H3가 2위, 바이트댄스의 시댄스 2.0이 3위에 올랐다. 알리바바는 ‘완’ 시리즈와 ‘해피호스’로 네 자리를 채웠고, 콰이쇼우의 ‘클링’과 스카이워크AI의 ‘스카이릴스’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는 모델 단위 순위여서 업체 수로만 따지면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미니맥스, 콰이쇼우, 스카이워크AI 등 다섯 곳이다. 업계를 술렁이게 했던 정체불명의 영상 모델 해피호스는 알리바바가 만든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중국이 이 분야를 휩쓴 데는 미국 업체들이 발을 뺀 영향이 컸다. 오픈AI는 영상 도구 ‘소라’를 접었고, 앤스로픽 등 다른 선두 업체들도 영상을 우선순위에서 미뤄뒀다. 반면 중국에서는 대형 업체와 스타트업이 뒤엉켜 이례적으로 붐비는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들 도구는 이미 광고회사와 엔터테인먼트 제작사에서 쓰이고 있다. 중국 안팎에서 급성장 중인 ‘마이크로드라마’(짧은 분량의 세로형 드라마) 시장도 이 기술이 떠받치고 있다.

파장은 영상 산업에 그치지 않는다. 영상 생성에서의 우위가 이른바 ‘월드모델’ 경쟁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모델은 언어뿐 아니라 물리 법칙과 사물이 서로 어떻게 부딪히는지를 이해하는 AI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의 두뇌가 될 기술로 꼽힌다.

그럴듯한 영상을 만들려면 모델은 미학만 익혀서는 안 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움직임과 인과, 물리를 어느 정도 알아야 결과물이 우스꽝스러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자들 역시 모델 규모가 커지면 따로 프로그래밍하지 않아도 초보적인 물리 추론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I가 아직은 세상을 인간처럼 이해하지 못하지만,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능력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크리스 발렌수엘라 런웨이AI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공은 들판 위를 미끄러지는 게 아니라 굴러가야 하고, 로봇이 빨래를 개거나 진열대를 채우려면 물건이 무엇인지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건드렸을 때 어떻게 될지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이미 월드모델로 넘어가고 있다. 성수테크놀로지 등이 관련 시스템 출시를 준비 중이다. 미국의 런웨이AI, 독일의 블랙포레스트랩스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중국은 로봇 하드웨어에서 이미 상당한 우위를 쌓았다. 수백개 업체가 휴머노이드의 몸통을 만들어냈지만 정작 두뇌가 없었는데, 영상 생성 모델에서 나온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역량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약점도 뚜렷하다. 저작권 문제다. AI 업계 전반의 숙제이지만, 영상은 챗봇보다 학습 데이터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감추기가 어렵다.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떠오른 이유다.

월드모델에는 ‘챗GPT 순간’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수백만 명이 직접 써보는 소비자 서비스로 위력이 증명되기는 어려워서다. 블룸버그는 워싱턴이 눈에 보이는 챗봇 경쟁에만 신경 쓰다가 더 중요한 진전을 놓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자금은 여전히 대규모언어모델(LLM)로 몰리지만, 다음 돌파구는 세상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헤쳐 나가는 시스템에서 나올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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