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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활기 잃은 대만 2030 "시마회(習馬會)가 밥 먹여주나요"

권소현 기자I 2015.11.11 16:55:49
[타이베이(臺北·대만)=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지난 9일 방문한 대만 타이베이(臺北)는 들떠 있었다.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永九) 대만 총통간의 7일 회동이 이뤄진 지 이틀이 지났지만 현지 신문과 뉴스는 여전히 시마회(習馬會·시진핑과 마잉주의 만남) 소식으로 가득했다.

타이베이 중심가인 시먼딩(西門靖)으로 이동해 20~30대 젊은층에게 66년 만에 성사된 양국 정상회담을 지켜본 소회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시마회가 밥 먹여주나요?”

장기 불황에 지치고 위세를 더해 가는 차이나 파워에 예민해져 있는 대만의 청년들은 불안해 보였다.

‘대만의 명동’으로 불리는 타이베이 시먼딩의 낮(왼쪽)과 밤 전경. 대만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불야성이다. 사진 이재호 기자
◇“시마회는 쇼”…내정 실패한 국민당 비판 고조

시먼딩에서 열린 유명 가수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기 중인 대학생들로부터 시마회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전펑(陣豊·24)씨는 “마 총통이 집권한 지난 8년 간 대만 경제는 추락을 거듭했다”며 “내정에 실패한 국민당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형세 전환을 꾀한 것에 불과한 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현장에 있던 많은 이들이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경제 살리기에 실패한 국민당 정부에 대한 비판은 매서웠다.

지난 2008년 취임한 마 총통의 집권 1기(2008~2011년) 후반부터 대만 경제는 급속히 활기를 잃기 시작했다. 2010년 10.63% 수준이었던 경제 성장률은 이듬해인 2011년 3.80%로 추락한 뒤 2~3%대에서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3.3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0년 1만9278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지난해 2만2635달러(약 2618만원)로 1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96%에서 1.20%로 높아졌다. 내수가 위축되면서 민간소비증가율은 3.96%에서 2.77%로 하락했다.

시먼딩 인근의 화시지에(華西街) 야시장에서 하루에 8시간씩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황후롱(黃胡榮·28)씨는 “학자금 대출 상환을 해야 하는 데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 화물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만의 학기당 학비는 5만 대만달러(180만원) 안팎으로 월 평균 최저임금(1만9237대만달러)의 3배 수준이다. 지난해 대만의 실업률은 3.8%로 전년 대비 0.29%포인트 낮아졌지만 청년 실업률은 12.6%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한진 코트라(KOTRA) 타이베이무역관 관장은 “대만은 청년 취업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중국과 싱가포르, 동남아시아 등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실업률이 낮아졌지만 취업 환경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만 타이베이 시먼딩 내 지오다노 매장. 현지 해외 의류 브랜드 매장 중 최대 규모다. 사진 이재호 기자
◇폭스콘 대신 삼성…한류 붐 기대

‘대만의 명동’으로 불리는 시먼딩은 한국의 명동과 유사하게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광업은 물론 대만 산업계 전반에 걸쳐 중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상인은 “시먼딩 내에 중국인 소유 점포가 확대되고 있다”며 “유커 덕분에 매출은 늘었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안 교류 확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시먼딩에서도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점포와 한국어로 된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삼성 스마트폰은 아이폰 제조업체로 유명한 폭스콘과 아수스, 에이서 등 대만 전자 기업들을 제치고 현지에서 인지도 1위를 기록 중이다. 지오다노 시먼딩점은 해외 의류 브랜드 매장 중 최대 규모다. 더페이스샵 등 한국 화장품 매장들도 고객으로 북적였다.

타이베이에서 한식당을 경영하는 최정민(가명)씨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중에는 1992년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한 기억 때문에 반한(反韓) 감정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20~30대는 개의치 않는다”며 “한류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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