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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와 전세 사기가 속속 드러나면서 공인중개사에 대한 서비스 불만은 어느 때 보다 커지고 이다. 공인중개사가 정작 중요한 보증금의 안정성을 보증해 주지 않고 매물에 대한 안내 역시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돈값’을 제대로 못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전세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중개사는 손해배상책임 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그 한도가 매우 낮다. 배상금은 2억원인데, 이 배상금은 계약 건당 보증 금액이 아니라 한 공인중개업소가 1년 동안 보상해줄 수 있는 손해배상금 총액이다. 지금처럼 대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하면 수십~수백명의 피해자가 배상금을 나눠 가져야 한다.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도 약하다. 현행 공인중개법상 최소 자격정지 기준은 벌금형 이상이다. 그러나 최종 상급심에서 선고가 나오기까지 최소 1년에서 길게는 3년까지 걸려 불법행위를 이어갈 여지를 남겨뒀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대식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시도별 공인중개사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처분 1만1477건 중 대부분(89%·1만214건)은 과태료 또는 경고 시정 등 경징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개사協 “권한확대 해달라” vs 전문가 “책임부터 강화”
상황이 악화하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대한 소비자의 곱지 않은 시선도 늘고 있다. 협회가 공인중개사의 전세사기 가담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 대신 일부 중개사의 일탈 행위로 선을 긋고 있어서다. 아울러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을 이유로 권한확대만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협회는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에 대한 세금 체납 등 정보에 접근할 수 없을뿐더러 개인정보법으로 막혀 있는 탓에 전세사기인지, 정상적 거래인지를 현장에서 골라낼 수 없다고 해명한다.
공인중개사협회는 “법정단체 승격을 통해 기초적인 조사나 단속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다면 부정행위 제보가 들어와도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다”며 “법정단체 승격 시 내부 규율을 통한 자정 활동도 가능해 불법 공인중개사 활동에 대한 제재도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인중개사에 대한 권한 확대도 필요하지만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이고 동시에 책임을 강화하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역전세와 빌라왕 사건을 막고 재발방지를 위해선 부동산 정보 불균형 해소가 필요한데 이는 공인중개사의 중요한 역할이자 책임이다”며 “역할의 중대성을 따져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등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