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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 중소여행사 간부는 정부의 여행업 손실보전금 지급 방침에 실소했다. 여행업은 지난 2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을 정도로 위기에 처했다. 하나투어 등 일부 대형여행사들은 지난해 영업손실만 수백억원, 중소여행사들은 수십억원에 달했다. 일부 여행사들은 휴직이나 명예퇴직 등으로 직원까지 감원하면서 버텨야 했다. 중소여행사들은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줄줄이 폐업했을 정도였다. 온전한 손실보상을 지급하겠다던 이번 정부는 약속과 달리 중소여행사 등에 최대 10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여행업계는 이미 수많은 중소여행사들이 폐업한 상황에서 정부의 일회성 지원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 여행업에 손실보전금 최대 1천만원 차등지급
최근 정부는 59조 4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소상공인·소기업·중기업에게 최대 10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코로나19로 손살보상 업종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손실보전금 상향지원업종으로 지정된 여행업과 항공운송업에는 매출규모와 매출감소율에 따라 최소 7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차등지급한다.
지원금은 연매출 ▲2억원 미만 ▲2~4억원 ▲4억원 이상, 매출감소율은 ▲60% 이상 ▲40~60% ▲40% 미만으로 나눠 산정해 지급한다. 만약 연매출이 4억원 이상이고, 매출이 60% 이상 감소한 경우 1000만원, 연매출이 2억원 미만이고 매출 감소율이 40%에 못 미친 경우는 700만원이 지급된다. 연매출과 매출감소율은 2019년~2021년 중·소상공인이 가장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점으로 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업은 집합금지 업종으로 지정받지 못해서 그동안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집합금지 업종이었고, 해외여행의 경우 영업시간 제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영업장 폐쇄에 버금가는 타격을 입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늦게라도 이렇게 손실보전금을 지원해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단히 반가운 마음”이라면서도 “다만, 좀 더 빨리 결정되었더라면 이미 폐업해버린 많은 소형 여행사들이 좀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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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손실만 수백억원…업계 “손실보상법 약속 지켜라”
여행업은 지난 2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이다. 연간 재무제표가 공개되는 상장여행사의 경우만 한정해도, 그 피해 규모는 엄청났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매출액이 402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영업손실만 약 1238억원, 당기순손실은 585억원에 달한다. 모두투어는 지난해 매출액은 150억원으로 전녀대비 72% 하락한 수준이다. 영업손실은 235억원이지만, 당기 순이익은 14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손상차손 환입과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익에 따라 영업 외 수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노랑풍선과 참좋은여행도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노랑풍선은 매출액이 50억 9000만원, 참좋은여행은 48억 9000만원에 불과했다. 각각 영업손실도 149억원, 186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에 여행업계는 대선 전 현 정부와 국회가 여행업을 손실보상법 대상업종 포함시키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는 입장이다. 구정환 한국여행업협회(KATA) 차장은 “정부가 여행업계에 얼마라도 손실 보전해주겠다는 것은 매우 감사하지만, 사실 얼마의 지원금보다는 여행업을 손실보상법 대상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 차장은 “코로나19로 정부가 거리두기와 국경폐쇄 등으로 영업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정부는 단지 행정명령이 없었다는 이유로 여행업의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통령 선거 전에는 여야의 대선 후보와 각 정당에서 손실보상법에 여행업을 포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그 약속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과 실행계획을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