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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쿠데타” 비판에 일선 경찰 폭발…윤희근 “더는 집단행동 마라”(종합)

이소현 기자I 2022.07.25 19:07:52

경찰국 신설 일주일 앞, 충돌 극에 달해
이상민, 총경회의를 쿠데타 비유…형사처벌도 언급
“행안부가 쿠데타적 발상” 일선 격앙
국회도 전쟁터…입 연 윤희근의 ‘경고’, 먹힐까

[이데일리 이소현 양희동 기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일주일 앞두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일선 경찰들간 충돌은 극으로 치달았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 주도·참석자에 대한 징계·감찰에 이어 이상민 장관이 ‘하나회 쿠데타’, ‘형사처벌’까지 입에 올리자 일선 경찰의 반발이 폭발했다.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아 안팎 공격을 받아온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이날 “더이상 국민께 우려 끼칠 일이 없어야 한다”고 내부에 경고 메시지를 냈다.

◇“경찰회의, 형사처벌 가능”…추가 집단행동 예고에 엄포

이상민 장관이 이날 작심한 듯 쏟아낸 고강도 발언들은 경찰국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국 신설 관련 총경회의에 대한 행안부 입장’ 브리핑을 갖고 “물리력과 강제력, 심지어 무기도 소지할 수 있는 경찰이 임의·자의적으로 한 군데 모여서 회의를 진행할 경우 대단히 위험하다”며 “하나회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킨 게 바로 이러한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또 “국가공무원법은 1년 이하로 돼 있는데 경찰공무원법은 2년 이하로 더 가중해서 처벌토록 돼 있다”며 “단순한 징계 차원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될 수도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울산경찰서장에서 대기발령한 인사상 불이익이 적법하다면서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행안부와 경찰청이 필요한 조치를 잘 해 나갈 것”이라고 한발짝 물러서 있는 대신, 이 장관이 전면에서 경찰 군기잡기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이 장관의 이러한 경고는 계급을 불문하고 경찰 내부에서 번지고 있는 반발과 집단행동을 차단하려는 엄포로 보인다. 경감, 경위 등은 오는 30일 전국현장팀장회의를 열 예정으로 경찰 일각에선 지구대장, 파출소장 동참도 독려하고 있다.

◇“행안부가 쿠데타 발상” 일선경찰, 일주일 총력 대응

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출입구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대국민 홍보를 하고 있다.[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 장관의 발언에 일선 경찰들은 격앙됐다.

류삼영 총경은 “경찰권을 장악해 통제하고 경찰을 수족처럼 부리려는 것이야말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헌법을 위반하는 쿠데타적인 발상”이라며 “그러한 발상을 막기 위한 반쿠데타적인 행위로 우리가 나선 것”이라고 응수했다.

경찰 내부망에도 이 장관 발언을 성토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한 경찰은 “모이면 다 쿠데타인가, 쿠데타가 어떤건지 모르시나”라며 “쿠데타처럼 느껴져서 대응을 하나회처럼, 전두환처럼 하셨나”라고 따졌다. 다른 경찰은 “전국 평검사회의는 충정에 구국의 결단이고, 총경회의는 국기문란에 쿠데타인가”라고 반문했다. “장관 입에서 나오는 말이 정말 장관(壯觀)이다”, “자고 일어났더니 경찰관에서 쿠데타세력이 돼 있었다”는 등의 냉소적 반응도 이어졌다.

일선 경찰들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경찰국 신설을 막아내기 위해 총력 대응하겠단 분위기다. 노동조합 격인 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이날부터 서울역에서 ‘경찰국 반대’ 대국민 홍보전에 들어갔다. 경찰청 앞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류 총경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 철회 촉구 등을 위한 1인 시위도 벌이고 있다.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지부, 경찰청주무관노조도 가세해 KTX 오송역 앞 광장 등 전국 주요 KTX 역사에서 홍보전과 1인 시위를 연다. 아울러 오는 26일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이 의결될 것으로 보고, 추가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류 총경은 우리가 법적으로 타당성, 합법성을 갖고 다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며 “법적 자문을 구하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여야 “경찰 밥투정” vs “적반하장”…입 연 윤희근 “자리로 돌아가라”

여야는 이날도 행안부와 일선 경찰 편으로 나뉘어 대리전을 벌였다. 총경회의를 ‘불법집회’로 규정한 국민의힘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은 “직무유기이자, 국민 혈세로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이들의 배부른 밥투정”이라고 비난했다. 이만희 의원 등 경찰 출신 의원 6명도 공동성명을 내고 “총경급 경찰관들의 집단행동은 참으로 우려되는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장악 저지단을 당 차원의 경찰장악 대책위원회로 격상,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찰 중립성을 지키려는 경찰서장들을 12·12 쿠데타에 비교하는 건 언어도단이고 적반하장”이라며 “대통령, 장관이 (경찰을) 장악하는 게 어떻게 문민통제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안부와 일선 경찰, 여야 충돌 속에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온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도 이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후보자는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더이상 국민들께 우려를 끼치는 행동이 있어선 안된다”며 “그런 유사한 집단 의사표시하는 행위는 없을 것이라 기대하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했다. 총경회의와 같은 집단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단 것으로, 윤 후보자는 이러한 메시지를 담은 서한문을 경찰관들에 보냈다. 서한문엔 “더이상의 혼란은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달라, 지휘부 믿고 기다려달라”는 내용도 담았다.

행안부에 보조 맞춘 윤 후보자의 이러한 태도는 일선 경찰의 반발을 살 공산이 크다. 특히 윤 후보자가 류 총경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 철회 의사가 없다고 밝힌 점은 내부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망엔 이날도 “윤희근 후보자는 직을 걸고 나서라”는 등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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