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KCC정보통신이 주관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행했던 공공 시스템통합(SI) 사업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34억원 규모의 적자를 두고 KCC정보통신은 `공동이행방식`이므로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적자가 난 금액만큼의 잔금에 가압류를 걸었다.
반면 에스넷ICT·에스큐브아이는 컨소시엄 내부적으로는 `분담이행방식`에 합의했는데, 이제와서 KCC정보통신 측의 적자를 떠넘기려고 할 뿐더러 KCC정보통신이 내민 `34억원`이라는 수치도 믿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에스넷ICT와 에스큐브아이는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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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원 전산센터 재구축 진행…잔금 34억원에 가압류
24일 IT업계에 따르면 KCC정보통신은 지난 3월 한국예탁결제원 전산센터 재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남은 잔금 약 105억원 중 34억원 가량에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승인했다. 예탁원은 잔금 105억원 전부를 법원에 공탁했고,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에스넷ICT·에스큐브아이·시스원은 가압류가 걸린 금액을 제외하고 각자의 지분율 대로 돈을 찾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에스넷ICT는 15억원, 에스큐브아이는 8억원, 시스원은 11억원 가량이 가압류로 묶여있는 상황이다.
KCC정보통신(50%)은 지난 2019년 11월 에스넷ICT(20%)·에스큐브아이(12%)·시스원(18%)과 360억원 규모의 예탁원 전산센터 재구축 사업에 입찰해 349억원에 낙찰받았다. 강화된 전산센터 구축·운영에 대한 안전기준에 맞추고 노후화된 설비를 교체하기 위해 일산전산센터를 이전하고 부산전산센터는 확대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해 지난 2월 모든 사업을 완료했다. 검수까지 모두 이뤄졌지만 잔금 지급을 두고 3개월째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원가 공개하고 공동 부담”vs“충분한 설명없어 동의 못해”
문제는 사업을 시작하고 3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해 2월부터 발생했다. KCC정보통신이 20억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면서 컨소시엄에 각자의 원가를 공유하고 적자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KCC정보통신 입장에서는 전체 사업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머지 업체들과 협의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공동수급표준협정서(공동이행방식)에 `계약을 이행한 후 이익 또는 손실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정한 비율에 따라 배당하거나 분담한다`고 명시된 대로 최종적으로 손실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KCC정보통신 관계자는 “장비발주 등 외부 견적을 내는 부분에서 가격을 낮추려고 했으나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고, 애초 예상보다 서버 이전작업 등에 투입되는 인력과 물량이 늘어나 적자가 예상됐다”며 “소프트웨어(SW) 사업의 경우 원가가 들어가는 부분을 칼로 무자르듯이 딱 구분할 수는 없기에 서로의 원가를 공개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협의를 하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머지 컨소시엄 업체들은 KCC정보통신의 일방적 통보였다며 원가 공개에 응하지 않았다. 에스넷ICT 관계자는 “아무런 얘기 없다가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적자가 예상된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나머지 3개 업체는 적자가 없었는데 충분한 설명없이 자기네 분야는 적자라고 해 동의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에스큐브아이 관계자도 “대외적으로는 공동이행방식이지만, 컨소시엄 내부적으로는 각자 분야를 맡는 분담이행방식으로 얘기가 됐다. 특히 우리는 KCC정보통신과 지분율만큼만 업무를 수행하고 각자 책임진다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만약에 우리가 사업비용을 맘대로 써버리고 나서 적자 났으니 분담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건가”라고 반문했다.
KCC정보통신과 나머지 컨소시엄 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채 사업은 진행됐고, KCC정보통신은 최종 정산 후에 추가 비용이 더 들었다며 자체 정산한 적자 34억원에 대해 가압류를 건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에스넷ICT과 에스큐브아이는 반발하고 있다.
에스큐브아이 관계자는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갔다면 다른 3개 업체에 동의를 받고 진행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34억원이라는 숫자도 본인들 맘대로 정산한 건데 어떻게 믿을 수 있나”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CC정보통신은 “그래서 각자의 원가를 모두 공개하고 최종 정산을 하자는 것”이라며 “외주 업체에 견적을 낸 금액은 계약서에 명시돼 있을 테고, 인건비와 제품 단가 등은 협의를 통해 가격을 따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대응 준비 중…가압류 이의제기 및 제소명령 신청 예정
결국 양 측은 공동이행방식과 분담이행방식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 KCC정보통신은 손실이 발생한 부분이 `전체 사업`으로 인한 것인데 우리만 적자를 보는 건 억울하다는 입장이고, 나머지 컨소시엄은 사업 지체 등 다른 문제가 있어서 손실이 난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비용예측 실수와 역량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메꾸기 위해 나머지 업체들이 본 이익을 토해 내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에스넷ICT와 에스큐브아이는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대응에 돌입했다. 가압류에 대한 이의제기와 해당 가압류의 본안소송에 대한 제소명령을 제기할 예정이다. 시스원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고 KCC정보통신과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
에스넷ICT 관계자는 “시스원과 KCC정보통신 고위 임원이 형제관계라 막상 소송에 들어가려고 하니 빠지겠다고 했는데, 사전 협의가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KCC정보통신 관계자는 “두 분이 형제관계인 것은 맞지만, 회사 대 회사의 차원에서 합의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우리는 지금이라도 2개 업체가 합의에 응한다면 손실분을 재조정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