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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신장, 사람 몸속서 271일 버텼다…'역대 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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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9.04 15: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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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형 당뇨 말기 신부전 66세 남성에 이식
유카탄 미니돼지 유전자 69곳 조작
종전 기록 130일…두 배 넘게 늘어
투석 건너뛰고 사람 신장까지 '다리' 역할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전자를 손본 돼지 신장이 사람 몸속에서 271일 동안 제 기능을 했다.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옮겨 심는 이종이식에서 나온 최장 기록이다.

(사진=AFP)
(사진=AFP)
3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미국 매스제너럴브리검 병원 연구팀은 2형 당뇨로 말기 신부전을 앓던 66세 남성이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신장으로 271일간 투석 없이 지냈다는 논문을 의학 학술지 랜싯에 실었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봄 미 앨라배마 여성이 세운 130일로, 두 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주인공은 팀 앤드루스다. 그는 지난해 1월 25일 돼지 신장을 이식받았다. 장기는 수술 직후부터 곧바로 작동했고, 덕분에 그는 몇 달 동안 병원에 다니며 투석기로 피를 거르는 과정을 건너뛸 수 있었다.

앤드루스는 이식 대기 순번이 돌아오는 데 7년이 걸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투석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5년이라는 설명도 함께였다. 그는 “시간이 조금 모자랐다”며 “그러면 아주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돼지 신장은 “희망”이자 “터널 끝의 빛”이었다. 앤드루스는 “가장 큰 것은 희망”이라며 “기계에서 벗어나 내 삶을 살 기회”라고 했다.

돼지는 이종이식에 가장 알맞은 동물로 꼽힌다. 장기 크기가 사람과 비슷하고 오랫동안 길러온 경험도 쌓여 있어서다. 다만 농장에서 신장을 꺼내 그대로 옮겨 심을 수는 없다. 사람 몸이 곧바로 남의 장기로 알아채고 거센 면역 공격을 퍼부어 몇 분 만에 세포마다 구멍이 뚫리고 안쪽부터 피가 굳으면서 장기가 검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진은 유카탄 미니돼지의 유전자 69곳을 고쳐 장기를 사람에 가깝게 만들었다. 사람 면역계가 알아보고 공격하는 돼지 세포의 특징을 지우고, 조직을 가려주는 위장막처럼 사람 유전자를 집어넣었다. 돼지 유전자 안에 숨어 있는 바이러스도 무력화해 감염을 막았다.

이식 초기에는 면역계가 장기를 밀어내려는 조짐이 있었지만 약을 조절해 넘겼다. 그러나 6개월쯤 지나자 신장 혈관이 손상되고 염증이 생기면서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논문에는 감염 탓에 면역억제제를 줄인 것이 미세혈관 손상에 앞섰다고 적혔다. 결국 지난해 10월 신장을 떼어냈고, 앤드루스는 82일간 투석을 받다가 올해 1월 사람 신장을 이식받았다. 새 장기는 잘 작동하고 있다.

연구진은 271일 동안 돼지에서 온 바이러스나 병원체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했다. 레오나르도 리엘라 매스제너럴브리검 이식과학센터 박사는 이식용 장기 부족을 두고 “우리는 위기 상황에 있다”며 “생체 기증자가 없는 환자들이 투석을 건너뛰고 이식까지 갈 수 있는 대안이 이종이식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약 10만명이 신장 이식을 기다리지만 한 해 이식 건수는 2만 5000건에 그친다. 영국에서도 7000명 넘게 대기 중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번 사례가 신장 이종이식의 가능성과 남은 과제를 함께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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