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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음용유 가격은 생산비 상승 및 흰 우유 감소소비 등 낙농가와 유업계의 어려움을 모두 감안해 결정했고, 가공유는 수입산 유제품과의 가격경쟁을 위해 협상 최저 수준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가격은 10월 1일부터 적용된다. 통상적으로 원윳값은 7월 초 인상 폭이 정해지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 8월부터 반영된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올해는 물가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본 인상시기인 8월 1일을 2개월 연기로 했다”며 “오는 8월 10일 이사회를 개최해 합의한 사항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원윳값 인상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한국의 원유 가격은 해외와 달리 1년 늦게 원유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의 생산비는 전년보다 13.7% 상승했다. 원유 생산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료(5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 기후 등으로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다.
원윳값이 상승하면서 우유 가격 인상으로 인한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윳값이 인상되면 이를 주재료로 쓰는 흰 우유 등 유제품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 작년 원윳값이 1ℓ당 49원 오르자, 유업체들은 우유 제품가를 10% 안팎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흰 우유 1ℓ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2800원대가 됐고, 매일유업의 900㎖짜리 흰 우유 제품 가격은 2860원으로 인상됐다.
다만 정부는 원유가격이 인상되더라도 가공식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사실상 가격 통제에 나설 채비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지난 25일 브리핑을 통해 “주요 식품류 중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을 제외하면 원유나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며 “빵류와 과자류의 경우에는 유제품 원료가 전체원료의 1~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28일 유업체·유통업체와 간담회를 열고 흰 우유 가격이 과도하게 인상되지 않도록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윳값 인상의 공을 넘겨 받은 유업계의 고민은 커졌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특히 흰 우유 가격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ℓ당 3000원’을 넘어설지 여부에 쏠려있지만 업계는 아직은 계산기를 두드려보기 어렵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특히 28일 정부와의 간담회에서도 “소비자가격의 과도한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당부를 받을 게 분명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값을 올려야 할지 향후 두 달 간 고심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의 원가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원유가격 인상이 결정됐으니 여러 준비를 해야겠지만 소비자에 판매되는 우유값이 어느 정도로 오를지는 당장 따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고물가가 워낙 부담이지만 원유가격뿐 아니라 부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감내해야 해서 10월 1일까지 많은 고민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낙농진흥회는 지난 6월 9일부터 낙농가, 유업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원윳값 협상을 진행해 왔다. 올해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적용해 1ℓ당 69~104원 범위에서 인상폭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유가공 업체는 우유 수요 감소에 따른 인상 폭 최소화를, 낙농가는 경영 악화에 따른 최대치 인상을 각각 주장하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당초 협상 시한인 지난달 30일을 넘겨 이날까지 협상을 이어온 끝에 중간값인 87원에 합의를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