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재차 강조했다. 다만,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의 의료계가 합리적 근거를 가져온다면 대화를 통해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며 의료계에 공을 넘겼다.
그간 2000명 증원은 최소 규모라는 점을 견지해 온 윤 대통령이 미묘하게 기조를 바꾼 건, 의료 공백의 장기화로 국민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4·10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여당이 숫자에 매이지 말고 증원 규모를 유연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윤 대통령도 고심할 수밖에 없었을 터다. 하루빨리 의정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는 압박도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제안과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며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절차에 맞춰 진행하고 있는데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尹 “의대 증원 논의 부족? 사실 왜곡”
윤 대통령은 정부가 그간 37차례에 걸쳐 의료계와 의사 증원 방안을 협의해왔다며, “논의가 부족했다는 일부 의료계 주장 역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료계의 책임론을 부각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 날짜를 예로 들며 조목조목 설명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보건복지부 양자 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는 2023년 1월 이후 무려 19차례나 의사 증원 방안을 논의했다”며 “특히 의료현안협의체에는 의협 산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회도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23년 2월 9일 2차 회의와 3월 16일 3차 회의, 3월 30일 5차 회의, 4월 20일 7차 회의, 5월 4일 8차 회의, 6월 8일 10차 회의 등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을 일일이 나열했다. 올해 1월 15일과 16일에 걸쳐 의협, 대한전공의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6개 단체에 공문을 보내 적정 의대증원 규모에 관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얘기했다.
윤 대통령은 “2024년 1월 17일 복지부는 25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규모를 제시해 줄 것을 의협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며 “의협은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아무런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의료계 집단행동 비판하면서 전공의 복귀 호소
윤 대통령은 의료계의 집단행동에는 여전히 날을 세웠다. 또, 의료계가 합리적 근거 없이 증원 규모를 축소하려 한다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라며 “일부 의사들의 불법 집단행동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했다.
이어 “증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 숫자를 제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의료계는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며 “제대로 된 논리와 근거 없이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이와 함께, 전공의들의 복귀를 호소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또 수많은 국민의 건강을 지켜낼 여러분을 제재하거나 처벌하고 싶겠나.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매우 중요한 미래 자산”이라며 “국민이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와 여러분의 공적 책무를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 환자가 기다리고 있는 의료현장으로 조속히 복귀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향한 메시지로 담화를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정책 추진과 성공의 동력은 결국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라며 “대통령인 제게 가장 소중한 절대적 가치는 바로 국민의 생명”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와의 타협을 시도하는 동시에 민심을 설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