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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잘 부탁한다’ 정도만 말씀하셨다. 그다음은 알아서 열심히 하고 있다.”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4일 온라인 미디어 간담회에서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부름을 받아 차기 대표직을 받아들인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김 의장과 인연에 대해 “꽤 오랜 시간 떨어져 있기도 했고 같이 있기도 했는데, 그 모든 시간을 합쳐서 가장 위기에서 요청을 했다”며 “하필 어려울 때 맡겼나 싶어 원망스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카카오 직원들과 저녁부터 새벽까지 게시글 채팅을 이어가면서 회사에 대한 열정을 확인했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최근 남궁 센터장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다. 전임 대표들과 달리 활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 ‘15만원 주가가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는다’는 세간의 이목을 끈 글과 관련해 “제 모든 보상체계를 주가와 연결해놨다”라며 “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니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카카오 장 마감 주가는 9만원이다.
정식 대표 취임 전 미디어와 간담회도 다소 이례적이다. 남궁 센터장은 “선임이 되면 소통이 맞지 않을까, 법적인 자격은 있을까 생각했다”면서도 “지금이 폭풍전야의 느낌이라 여유가 있을 때 생각을 공유드리고 싶었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 초실감 기술을 거론하며 거창하게 얘기하는 ‘메타버스(가상융합현실)’ 구현에 대해서도 그다운 접근을 보였다. 텍스트(글)로도 메타버스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가진 텍스트와 사진, 영상, 게임 등 모든 디지털 형태소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카카오가 강한 부분인 텍스트라는 형태소로 메타버스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롤플레잉 채팅’이라는 V2 태스크포스(TF) 전략 프로젝트도 언급했다. 역할수행게임(RPG)이라고 불리는 롤플레잉게임에서 차용한 개념을 메타버스에 도입한다. 구체적인 출시 시기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또 하나 전략 프로젝트도 언급했다. ‘OTF’다. 카카오는 한국인 지인 중심으로 카카오톡을 운영 중이다. 남궁 센터장은 이를 세계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관심사 기반’으로 변화를 줄 계획이다. 그는 “텍스트를 안 쓰고 오로지 이미지를 올릴 수 있는 (채팅)방이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일어난 다른 접근이었다”면서 “이를 담을 그릇으로 오픈채팅을 기획·재정의해 한국을 넘어 글로벌향이 될 수 있도록 한다”고 글로벌 진출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