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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배터리업계가 전기차 등 전방산업 수요 부진 속에서 호황기에 단행했던 시설투자 여파로 신용등급 하방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차입금 증가와 원가율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배터리업계는 셀과 소재 등 업종에 상관없이 가동률이 크게 저하된 상태다. 대규모 시설투자로 모수인 생산능력은 확대됐지만 수요 부진으로 생산실적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며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실제 분기 보고서상 가동률을 명시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온, 삼성SDI(006400), SKC(011790) 등 배터리 셀·소재 업체의 올해 1분기 기준 평균 가동률은 55.8%로 전년 동기 69.4% 대비 13.6%p 하락했다.
이는 호황기였던 지난 2022년 1분기 86.9%와 비교하면 31.1%p 떨어진 수치다.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은 정보유출 우려를 이유로 가동률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가동률 하락에 따른 매출원가 부담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통상 매출원가는 생산비가 늘어날 경우 비례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거나 생산성이 감소할 경우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생산성은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량을 유지했을 때 최대가 되는데 가동률이 낮을 경우 단위당 생산비용이 증가해 원가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생산에 투입되는 고정비로는 임대료와 보험료, 유지 보수 비용 등이 있다.
당장 최근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을 받은 SKC만 보더라도 매출원가가 매출을 넘어서며 원가율이 100%를 돌파했다. SKC의 올해 1분기 매출원가율은 103.3%로 전년 동기 96% 대비 7.3%p 상승했다. 삼성SDI와 에코프로비엠 등도 원가율이 소폭 상승했다.
시설투자 과정에서 늘어난 차입금으로 재무부담이 상당한 점을 고려하면 가동률 저하에 따른 원가부담 확대가 신용등급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업계가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가동률을 낮추면 원가율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수익성이 저하돼 재무부담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에 빠졌다”며 “특히 생태계 최하단에 있는 소재 업체의 위험도가 상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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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배터리업계의 신용등급 하향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034950)(이하 한기평)와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은 지난달 정기평가를 통해 SKC의 신용등급 전망을 A+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햐항 조정의 주요 요인은 전방 수요 부진에 따른 원가 부담 및 재무부담 확대다.
앞서 지난 5월에는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S&P가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BBB+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배터리 관련 대규모 설비투자로 재무부담이 확대되며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됐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실적 부진 여파로 신용등급 하향을 피하지 못했다. S&P는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과중한 투자 부담에 따른 차입금 확대가 신용등급 하향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전기차를 비롯한 전방 수요 회복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시설투자로 늘어난 생산능력을 받쳐주기 위해선 수요 회복이 필수인 만큼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본격적인 수요 회복 시점을 최소 2025년 하반기 이후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배터리업계의 신용등급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민원식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불확실성 확대로 이차전지 수요 회복 시점이 올해 초 예상했던 것 보다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셀 업체와 완성차업체들의 공장 가동계획이 지속해서 연기되고 있어 수급 개선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셀업체와 완성차업체의 공장 가동이 예정돼 있는 2025~2026년부터 수급환경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증자와 재무구조 개선안 등 업체별 대응 계획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