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양이 대(vs) 새’를 양분 구도로 봐서는 안 된다며 길고양이의 생태계 영향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환경연합은 14일 ‘더불어 사는 도시를 위한 심층세미나’라는 이름의 긴급 토론회를 열고 길고양이 생태계에 대해 논의했다. 개체 수 조절 문제가 토론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토론회는 유튜버 새덕후 김씨와 국립생태원에서 포유동물을 연구하는 최태영 박사,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이정숙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대표,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이 참석했다. 다만 길고양이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패널들로 구성되면서 길냥이 돌봄 활동을 하는 동물권단체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논쟁에 불을 댕긴 것은 조류 전문 유튜버 ‘새덕후’. 그가 지난달 28일 올린 ‘고양이만 소중한 전국의 캣맘 대디 동물보호단체분들에게’라는 제목의 영상은 “생태계를 해치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게 골자다. 13분 길이의 이 영상은 마라도에 서식하는 길고양이의 사냥으로 천연기념물 등 조류가 위협받고 있다며 서울시 등의 중성화 수술은 개체 수 감소에 효과가 없고, 길고양이 수를 줄이려면 먹이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석한 전문가와 환경단체 활동가들도 대체로 김씨의 문제 제기에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길고양이의 생태계 영향이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기조 발제를 맡은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길고양이 논란을 고양이 대 새 양분 구도로 봐서는 안되며 생태계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공존은) 어떤 동물도 위험성을 지니지만 용인 가능한 수준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자연의 섭리가 작동하고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자연 스스로 길을 정하는 재야생화의 길을 여기서도 적용해야 한다”고 언급해, 길고양이 돌봄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해석이 나왓다.
김 대표는 미국, 영국, 호주 등 해외의 길고양이의 생태계 영향 연구도 소개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고양이의 포식으로 연간 14억~37억마리의 새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조류의 유리창 충돌로 인한 사망보다 더 많은 수치다.
그는 또 영국에서는 전체 고양이 수가 1200만마리에 달하며 이들이 매년 1억6000만~2억700만마리 동물을 죽인다는 연구결과도 전했다. 그러면서 “고양이의 생태적 영향력을 인정하는 전제하에 인도적인 방식으로 길고양이의 밀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먹이주기 외에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지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태영 박사는 한국에서 멧돼지와 고라니 등은 수렵을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며 매년 10만 마리 넘는 개체가 사냥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도 길고양이 수렵은 거부감이 크고 다른 측면에서 제안하는 것”이라면서 “생식능력을 제거하는 TNR(중성화)과 생식능력을 유지하며 야생동물답게 사는 것 중 뭐가 더 옳은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새덕후 김씨는 “뉴트리아, 배스, 블루길, 까치, 고라니, 멧돼지 등은 살처분함으로써 (개체수를) 조절한다”면서 “특정 종만 선호하는 종 차별주의가 사회적 환경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해왔는지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양이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람에 의해 개체 수가 과하게 늘어났고,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에 유입된 침입종이자 최상위 포식자로서 고유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길고양이 먹이 주기는 선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고양이가 최상위 포식자고 높은 번식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선 먹이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며 “중성화사업(TNR)과 입양을 개체 수 감소에 유의미할 만큼 충분히 진행해야 한다. 새롭게 유기되는 개체가 생기지 않도록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토론회 참석자 구성이 한쪽으로 치중돼 있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새덕후 김씨의 영상을 비판했던 동물권단체들은 불참하면서 토론회의 당초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가다.
서울환경연합은 이르면 다음 달 중에 TNR과 먹이 주기 중단, 안락사 등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중심으로 후속 토론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