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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연구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항상 숫자가 없다. 데이터가 없어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알기 어렵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데이터 생산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7일 이상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가 마련한 ‘4차 산업혁명 시대, 플랫폼의 바람직한 역할과 정책방향’ 국회의원회관 토론회에선 학계 인사들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 신중론을 꺼내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등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권남훈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경제센터장 이사)도 “이제 막 연기(이해관계자 갈등)가 피어오르는데 불(불공정행위 등)이 난 것인지 일단 파악이 먼저”라며 “불이 났다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끌 수 없어야 새로운 소화 수단(규제)을 만들어낼 텐데 과연 그런 것인지도 더욱더 의심스럽다”고 비유를 들어 정부의 신중한 규제 추진을 주문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추상적인 얘기에 머무른다는 생각”이라며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부분이다. 이날 학계 인사들이 “숫자(데이터)가 없다”며 짚은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박 회장은 “실태조사에 따른 증거 기반의 규제논의가 필요하다”며 “‘장소(시장 특수성이 다른 유럽과 미국을 뒤따르는 규제 지양)’와 ‘때(실태조사 우선)’, ‘방법(새로운 규제 필요 논의)’에 대해 유연성을 고려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고 재촉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대표도 “규제가 촘촘해질수록 역동성이 저하하고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도록 촉진해줘야 공정경쟁의 대원칙이 아닌가 하고 말씀드린다. 스타트업에 더 많은 기회를 달라”고 업계 입장을 전했다.
이황 교수는 “EU(유럽연합)에서 채택을 논의 중인 사후규제 상당 부분이 사실은 우리나라가 40년 전부터 해온 불공정행위 규제”라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규제를 집행해왔고, 사실 이 기준으로 보면 EU가 뒤늦은 채택인데 이것을 우리나라가 다시 들여오는 것은 법체계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플랫폼 전략을 짚으면서 규제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치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소비자 효용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가격이 절대시됐다”며 “플랫폼의 대표적인 사업 전략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용자 확보를 위해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인데, 그런 것들을 놓고 과연 가격만 가지고 공정하다고 판단할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토론 마지막에 “저희가 추진하는 온플법이 논의 초점인 거 같다”면서 “규제 위주의 정책 수단, 역차별을 우려하는데 퀄컴과 애플을 규제했던 내용과 같은 모델로 온플법이 제정돼도 염려 안 해도 된다”고 기존 부처 입장을 반복했다. 유 국장은 코스포가 온플법 행정예고 기간에 반대 의견서를 전달한 것과 관련해 “시간을 가지고 검토하는 중”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