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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정 대부분은 전기와 천연가스로 난방을 한다. 두 에너지원의 요금은 각각 14% 오른 1242달러(약 180만원), 9.5% 오른 712달러(102만원)로 예상된다. 난방유를 쓰는 가정은 4.6% 오른 1587달러(약 230만원)를, 프로판 가스를 쓰는 가정은 1.1% 오른 1339달러(약 193만원)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화석연료 정책에 따라 노후 인프라 개선을 위해 공급망에 수십억달러가 투입되고 있다. 아울러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천연가스 수출 증가까지 겹치면서 연료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치솟는 난방비 때문에 더 많은 미국인들이 공과금 납부를 미루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NEADA 예비조사에 따르면 이미 6가구 중 1가구는 공과금 체납 상태다. 가계 공과금 체납액은 2024년 말 230억달러(약 33조 22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50억달러(약 36조 1100억원)로 증가했다.
NEADA의 마크 울프 부국장은 “전기와 천연가스 요금은 앞으로 몇 년간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제 난방비는 생활비 부담 논의의 한 부분이 됐다”며 “3월 말부터 겨울 기간 중단됐던 공과금 납부 유예가 만료되면 수많은 가정이 전기·가스 공급 차단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미 가계는 또다른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미시간주에 거주하는 67세 은퇴자 로라 코팅은 최근 난방비 200달러가 찍힌 고지서를 받았다. 한파 때문에 평소보다 더 나올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30% 가까이 올라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그는 난방을 틀지 않고 외부 공기가 유입할 수 있는 벽난로와 창문 틈새 등을 비닐로 막았다. 2층 두 침실 문도 닫아두고 안감이 들어간 레깅스와 두터운 옷을 껴입고 생활한다.
코팅은 “쇼핑을 포기하고 집에 있는 것으로만 버텨야 한다. 파스타와 스파게티 소스, 고구마, 냉동 과일, 요거트 위주로 먹으며 과일이나 신선 채소는 사지 않고 있다”며 “나처럼 생활비를 어떻게 메울지 걱정하는 고령층이 매우 많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목재상 점장으로 일하는 케이스 그리너는 지난해 12월 540달러, 올해 1월 504달러의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는 청구서를 받았다. 평소 난방비가 300달러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고 80% 폭등한 것이다.
그는 “이번처럼 난방비가 급격히 오를 것이라는 경고나 설명을 제공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어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이미 창문에 비닐을 붙였고 외부 문 창문 틈을 다시 막고 있다. 여동생 결혼식을 위해 피닉스에 가는 비용을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 월급이 오른 것도 아닌데 계속 예산을 다시 짜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뉴저지주 오션시티에 콘도를 소유한 은퇴자 다이앤 브릭커 역시 “겨울엔 실제로 살지도 않는데, 지난달 전기요금이 698달러까지 올랐다. 2023년 같은 달보다 최소 3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들 닉 브릭커는 “하루도 살지 않은 아파트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콘도 매각을 고민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원룸도 예외가 아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존 가스퍼는 매달 난방비로 160달러 이상을 지출한다. 그는 컴퓨터, 드립포트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엔 콘센트를 뽑아두고, 실내 온도를 섭씨 18도로 유지한다. 추운 날엔 히터를 잠시 동안만 켜고, 나머지는 스웨터셔츠와 담요, 애완 고양이와 껴안고 몸을 데우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
가스퍼는 “공과금 부담이 커지면서 저축하고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줄었다. 편안함을 유지하려는 것과 공공요금이 더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