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통과에도 마냥 밝은 분위기는 아니다. 경찰 내부에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함으로써 경찰과 검찰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는 시각이지만, 수사 인력 부족은 향후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로 여겨진다. 이미 일선 수사관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어 수사 범위 확대를 뒷받침할 인력과 예산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대외적으론 ‘검찰과의 상호존중’으로 수사 역량 부족 우려를 해소하겠단 데 방점을 찍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인력 및 예산 등 수사인프라 지속 확충’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지난해부터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일선 수사 부서의 업무 부담은 이미 한계치에 이른 상태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도 일선 수사관들이 상당히 과중한 업무 부담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로 인해) 사건 처리 기간이 일부 지연되는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경찰 수사관 인력은 전체 경찰 15만명 중 20%정도인 3만명 수준인데, 수사업무량은 수사권 조정 전보다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의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2020년 평균 55.6일에서 수사권 조정 원년인 지난해엔 64.2일로 8.6일이 늘어났다. 특히 사이버팀의 경우 2018년 70.8일에서 2021년 110.5일로 39.7일, 경제팀은 같은 기간 60.5일에서 80.9일로 20.4일 각각 증가했다.
수사부서 한 경찰관은 “지난해 20건이 넘는 사건을 맡아 매일 야근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교통부서와 함께 책임수사가 강화된 수사부서는 기피부서로 전락했고, 누구도 오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이 되면 일이 늘면 더 늘지 않겠냐”고 한숨 쉬었다.
경찰은 경제·지능·사이버 등으로 나뉜 ‘죄종별 수사체제’를 통합·재편하며 수사부서에 대한 인력 재조정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비하다는 평가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최근 경제·지능·사이버수사팀 등으로 세분화됐던 수사 조직과 인력을 하나로 합친 ‘통합수사팀’ 체제를 도입했다. 2015년에 신설됐던 자전거, 오토바이, 스마트폰 절도 등 생활주변 범죄에 초점을 둔 생활범죄수사팀을 해체하고, 이 팀의 인력을 강력팀·경제팀·여성청소년강력팀으로 재배치하는 등 조직 효율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신규 증원 없는 돌려막기식 인력 재배치’란 반발만 사고 있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이에 경찰은 검수완박 법안 시행 유예 기간인 4개월 동안 관련 태스크포스(TF) 등을 꾸려 인력·예산을 최대한 끌어내고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 전반을 관계부처와 협의할 방침이다. 경찰 출신 손병호 변호사는 “현재 경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수사역량 강화로, 이에 초점을 맞춰 인력과 예산을 재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변호사는 “(공직자범죄, 대형참사 등) 검찰의 특수수사는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 금융감독원이나 국세청 등 관련 전문기관에서 파견나온 공무원들의 협력 등이 있었기에 경찰보다 훨씬 원활하게 진행된 측면이 컸다”면서 “경찰이 특수수사를 맡게 되면 검사와의 원활한 소통, 유관기관의 협조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인력 충원이 원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김 청장도 전날 “인력과 예산은 국가에 한정된 재원이라 100% 충원되거나 증액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우려를 보였다.
경찰 조직 내 대대적인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1개의 경찰 계급 구조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인력 재배치부터 나서야 한다”면서 “과학적 직무분석을 통해 행정 및 결제 업무의 내근자를 줄이면 수사인력 10%인 3000명 이상을 수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