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토큰증권을 다른 분산원장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한 ‘원장 간 이전금지’ 규정을 비롯해 퍼블릭 블록체인 활용 제한과 비금융회사의 진입요건 등을 재검토하고, 초기 규제를 1~2년 뒤 다시 평가하는 일몰조항과 상호운용성 샌드박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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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의견서에서 한국예탁결제원이 마련한 ‘토큰증권 분산원장 표준요건 가이드라인’의 ‘원장 간 이전금지’ 조항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큰증권의 중복 발행을 막기 위해 하나의 증권을 하나의 분산원장에서만 관리하도록 한 현행 구조가 향후 서로 다른 원장을 연결하는 상호운용 기술 도입을 제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제도화 최종 단계에서 스테이블코인과 연계한 온체인 결제와 원장 간 상호운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초기 제도에 적용되는 원장 이전 제한이 중장기 정책 방향과 충돌하지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봤다.
금융위는 지난 4일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에서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제도화를 3단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조각투자 등 비정형 증권을 중심으로 제도를 안착시키고, 이후 주식·채권·펀드 등 정형증권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최종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등을 활용한 온체인 결제와 서로 다른 원장 간 상호운용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협회는 현재 적용되는 원장 간 이전금지 원칙이 향후 단계까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이 같은 정책 방향을 구현하는 데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동일 증권의 중복 발행을 막아야 한다는 정책 목적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를 위해 반드시 하나의 원장만 사용하도록 제한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권리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공인된 기록과 관리 체계가 마련돼 있다면 서로 다른 분산원장 간 이전을 허용하더라도 중복 발행과 권리관계 혼선을 방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제도의 목표도 ‘상호운용 금지’가 아닌 ‘통제된 상호운용(controlled interoperability)’에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장 간 이동 자체를 금지하기보다 발행량과 권리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검증 체계를 마련한 뒤 허가된 범위 안에서 원장 간 이전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해외에서도 특정 분산원장 구조를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보다 다양한 기술 구조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전자증권법(eWpG)은 중앙등록부와 암호증권등록부를 각각 인정하고 있으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술기업도 암호증권등록부 관리자로 참여할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 활용 제한 역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았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분산원장 참여자를 전자등록기관과 계좌관리기관 등 일정한 금융회사로 제한하고, 전자등록 업무 과정에서 수수료나 시뇨리지 목적의 가상자산 생성·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협회는 이 같은 요건이 함께 적용될 경우 거래 수수료를 가상자산으로 지급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토큰증권 인프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한 증권 발행 사례도 이미 나오고 있다. 독일 지멘스는 2023년 퍼블릭 블록체인인 폴리곤을 활용해 6000만유로 규모의 디지털 채권을 발행했고, 블랙록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BUIDL’ 역시 복수의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유통 범위를 넓혀왔다.
협회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하더라도 투자자 적격성 확인과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명의개서 등 권리관리 업무는 별도의 규제된 주체가 담당하도록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비 문제 역시 퍼블릭 블록체인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보다 이용자 비용과 사용자경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가스비를 이용자가 직접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가스비 추상화나 대납 구조, 기관형 지갑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비금융회사의 토큰증권 시장 진입 요건도 개선 대상으로 제시됐다. 현행 체계에서는 금융회사가 아닌 발행인이 자신이 발행한 토큰증권의 고객계좌를 직접 개설·관리하려면 자기자본 40억원과 계좌관리·내부통제·전산 전문인력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협회는 이러한 요건이 기술 역량을 갖춘 전문기업의 등록관리 시장 진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는 금융당국 인가를 받은 기술기업이 암호증권등록부 관리자로 참여할 수 있고, 미국에서도 시큐리타이즈 등 기술기업이 등록 명의개서대리인과 거래 인프라 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협회는 이번 의견서를 통해 모두 6가지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하위법규 마련 단계에서 △기술중립적·위험기반 심사체계 도입 △상호운용성 허용 및 개방형 API 기반 설계 △진입요건의 비례적 재설계 △일몰조항 및 정기 재검토 장치 마련 △민관 합동 상호운용성 샌드박스 가동 등 5개 과제를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초기 제도 안착을 위해 도입되는 제한 규정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1단계에 적용되는 제약 요건에 대해 1~2년 뒤 필요성과 비례성을 재검토하도록 관련 규정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중기 과제로는 분산원장 기반 등록부와 관리기관의 법적 지위를 전자증권법에 별도로 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내년 2월 개정법 시행 이후 시장 운영 경험이 축적되면 차기 법 개정에서 별도 등록관리 체계를 논의하되, 현재 하위법규 설계 단계부터 이를 막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이르면 이달 말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하위법규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업계가 제기한 원장 간 이전금지와 3단계 상호운용 로드맵 간 정합성 문제가 실제 하위법규 마련 과정에서 반영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