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전 장관 "전경련, 해체는 쉬워도 다시 만들긴 어렵다"

성세희 기자I 2017.02.02 17:03:02

윤증현 "전경련이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 있어"
전경련,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관료 출신 윤 전 장관 거론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윤증현(70·사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해체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윤 전 장관은 존립 위기에 놓인 전경련의 유력한 구원투수로 거론되고 있다.

윤 전 장관은 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전경련) 조직을 하나 없애기는 쉬워도 새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라며 “정경유착으로 문제가 된 일본 경제 단체 연합회(게이단렌·經團連)의 개혁처럼 전경련도 나름대로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은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각종 정경유착은 물론 어버이연합 우회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 연루 등으로 더는 존재가치를 상실했다. 특히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시 기업 모금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정경유착의 하수인으로 낙인이 찍히며 존립 여부마저 위태로워졌다.

윤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정치권과 권력이 전경련을 악용하려고 한 게 잘못이고 그걸 차단하지 못한 건 문제”라면서도 “전경련을 해체하는 문제는 정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경련이 정부를 대행해서 민간 외교에 도움을 주고 기업 활동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를 주는 등 순기능도 있다”라며 “빨리 전경련을 이끌어 갈 사람이 나와 새로운 길을 모색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조직 쇄신 차원에서 차기 회장을 대기업 사주가 아닌 명망 있는 전직 관료 등으로 물색 중이다. 윤 전 장관은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공직에 오래 몸담았던 윤 전 장관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윤 전 장관은 “아직 (전경련 회장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라며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니 기다려달라”라고 말했다.

이전에 관료와 재계 전문경영인을 역임한 고(故) 유창순 전 국무총리가 19·20대(1989~1993년) 전경련 회장을 맡은 적이 있다. 전경련은 유 전 총리를 추대하기 직전인 1988년에도 제5공화국 비리조사로 뭇매를 맞았다. 롯데그룹 전문경영인으로 일하던 유 전 총리는 일해재단 해체 등 서슬 퍼렇던 노태우 정부 초기 정계와 재계의 경력을 발판으로 전경련 회장직을 연임하며 위기를 맞았던 전경련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공직 외에 외유한 적 없는 관료 출신이 추대된 건 처음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윤 전 장관은 1971년 행시 10회를 통과하고 평생 재경직에 몸담았다. 윤 전 장관은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무부 증권국장과 금융국장, 세제실장 등을 역임했고 2004년 금융감독원장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부터 2011년 기획재정부 장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윤 전 장관과 같은 명망 있는 인사가 전경련을 맡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앞으로 전경련이 뼈를 깎는 노력과 함께 쇄신안을 추진하려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경련 최고의사결정기구인 회장단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윤 전 장관이 수락하면 회장직을 맡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최근 “땅은 비 온 뒤 더 단단해진다고 한다. 전경련도 기본과 정도를 되새기며 우리 국가 경제와 기업에 활력을 주고 국민께 사랑받는 단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사문제를 주로 다루는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회장 선임에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해 2월 사상 처음 기획재정부 차관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출신인 박병원 회장을 추대해 회장직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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