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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 기업회생 사태에…이커머스 ‘투자·IPO’ 경색 우려

김정유 기자I 2025.04.01 13:11:05

발란發 여파에 투자 준비하던 이커머스 비상경영
얼어붙은 투자시장, 자산 매각하는 최후수단도 검토
IPO 준비하던 업체들도 우려, 시장 회의론 짙어져
이커머스 스타트업 생존 우려, 신뢰회복 우선해야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전반이 타격을 입겠지만, 현재 우리처럼 투자 유치를 논의하던 곳들은 더 피해가 클 겁니다.”(국내 버티컬 이커머스 A사)

명품 온라인플랫폼 발란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1일 서울 강남구 발란 본사가 있는 공유오피스 로비에 ‘발란 전 인원 재택근무’라고 적힌 안내문이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명품 플랫폼 발란의 기업회생 신청 사태로 이커머스 시장 전반에 ‘돈맥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외부 투자 유치나,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왔던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태다. 투자 시장내 분위기도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란의 미정산 사태와 기업회생 신청으로 중소 이커머스 업계에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인 업체들은 한순간에 얼어붙은 투자 시장 분위기 속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이미 투자를 받은 업체들도 투자사들의 불안감이 커 추가적인 제약 등을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국내 버티컬(특화) 이커머스 A사 관계자는 “우리도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비상대책을 준비 중에 있다”며 “발란만 하더라도 누적 투자액이 900억원이나 되는 곳인데, 기업회생 사태까지 왔으니 시장내 분위기가 쌀쌀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위축된 투자 시장에 연달아 두 번의 폭탄(티메프·발란)이 터지니 이커머스로 유입되는 자금도 대부분 ‘올스톱’된 상황으로 전해졌다.

국내 액셀러레이터(AC)·벤처캐피털(VC) B사 관계자는 “2022년부터 스타트업 투자 시장 전반이 위축되면서 인공지능(AI) 등 일부 카테고리에만 자금이 쏠려왔는데 이번 발란 사태로 더욱 이커머스 분야 투자는 힘들어졌다”며 “시장내 경쟁력도 떨어진데다, 신뢰도 측면에서 타격이 커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두는 분위기가 많다”고 했다.

올해 투자 유치를 준비하던 국내 버티컬 이커머스 업체 C사도 한숨만 내쉬고 있다. C사 관계자는 “사실상 올해 투자 유치는 힘들어진 것 같다”며 “사옥 등 자산 매각이란 최후 수단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던 이커머스 업체들도 여파를 피해 가기 힘들 전망이다. 쿠팡·네이버·C커머스(중국) 중심으로 이커머스판이 재편되고 있는데다, 티메프·발란 같은 신뢰도에 타격을 주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시장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어서다.

현재 IPO나 기업매각을 준비 중인 이커머스 업체는 컬리, 오아시스마켓, 11번가 등이 있다. 컬리는 지난해 처음으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137억원)를 기록했고, 오아시스마켓도 영업이익 229억원으로 전년대비 72%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적자(-754억원)인 11번가도 이커머스 핵심인 오픈마켓 부문에선 EBITDA 흑자를 냈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 전반이 위축되면서 이들의 IPO와 매각 작업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IPO는 시장 상황이 중요한데, 이커머스 업계의 불신이 큰 현 시점에 IPO를 예정대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매각의 경우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지난해 기업회생에 들어간 티메프(티몬·위메프)가 대표적인 사례다. 위메프는 아직도 인수자를 찾지 못했고 최근 우선협상대상자(오아시스마켓)를 선정한 티몬도 사업 자체 경쟁력이 아닌, IPO를 준비 중인 오아시스마켓의 외형불리기 일환으로 활용된 측면이 크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같은 구조로는 앞으로 이커머스 플랫폼 문제가 더 많이 불거질 수밖에 없고 이렇게 가게 되면 스타트업은 생존이 어려워진다”며 “이커머스 업체들도 당장 자신들이 유리한 부분만 생각하지 말고 업계 신뢰 회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발란 사태 같은 사고가 또 터지면 이커머스 분야 투자는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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