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맥주 2잔 마셨는데”…연말 다가오자 반복되는 '취중 운전'

이영민 기자I 2024.12.04 14:39:52

연말 회식·친목 모임 후 음주운전 빨간불
최근 관악구에서 음주·약물운전 사고 잇따라
경찰, 간이검사기로 약물운전까지 현장 대응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호흡 끊지 말고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 부세요. 됐습니다. 0.071, 면허정지 수치 나왔네요.”

지난 3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관악구 봉천동 봉천로사거리와 신림동 일대에서 음주단속을 진행했다. 단속 시작 후 49분이 지났을 때 경찰은 남성 A(51)씨의 차량을 세우고 음주측정을 했다. A씨는 “오후 6시~6시 30분쯤 회사 사람들이랑 사당역에서 마시고 급히 이동하느라 대리운전을 부르지 못했다”며 “맥주 500㎖로 2~3잔만 마셨는데…처음이다. 죄송하다”고 변명했다.

교통경찰이 서울 관악구 봉천사거리 일대에서 지난 3일 음주운전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영민 기자)
2024년의 마지막 달로 접어들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술이나 약물을 복용한 채 차량을 몰아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은 경각심을 모으기 위해 현장 단속에 힘을 쏟고 있다.

이날 오후 8시쯤 관악구 봉천사거리에는 퇴근길 차량이 꼬리를 물며 이어졌고, 배달 오토바이가 그 틈을 파고들면서 지그재그로 이동했다. 곡예운전을 하던 오토바이 운전자는 교통경찰이 안전봉으로 정차를 요구하자 멈춰서 마스크를 내리고 음주측정기에 날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한 SUV 운전자도 음주측정을 했고,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27로 나와 훈방됐다.

경찰은 중앙선을 넘어 운전하는 또 다른 차량도 세워서 단속했다. 운전자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고 주장했고 간이시약 검사기로 마약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했는지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해당 운전자는 음성으로 반응이 나왔고 약물을 5시간 전에 복용한 것으로 확인돼 입건되지 않았다.

이날 현장 단속에 참여한 전종민 관악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경사는 “요즘은 ‘칼 치기’나 지그재그 운전 등 운전자에게 특이점이 관찰되면 구강에서 타액을 채취해 간이시약 검사를 진행한다”며 “음성은 3분, 대마 등 6개 종류의 마약은 10분이면 투약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약물운전 여부를 확인하는 데 사용되는 간이시약 검사기를 꺼내고 있다. (사진=이영민 기자)
경찰청 ‘운전면허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음주운전에 의한 면허 정지·취소는 2021년 24만 9134건, 2022년 29만 9615건, 지난해 32만 9595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관악경찰서 관내 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022년에 567건, 지난해 546건 발생했다. 올해는 11월까지 총 391건이 단속됐으며 최근에는 약물운전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관악경찰서는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오토바이 배달기사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40대 남성을 도로교통법 위반(약물운전)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같은 달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벌인 30대 여성 운전자도 음주 및 약물 운전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최인규 관악경찰서장은 “음주운전 등 교통법규 위반을 근절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단속 장소와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주 5회로 강화된 단속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며 “음주운전을 하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자리잡히도록 홍보 활동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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