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다수의 전문가들은 삼성 내에 컨트롤타워 부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처럼 대규모의 그룹은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했고,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컨트롤타워는 분명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이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건 산업 격변기에 삼성 전체적인 미래 성장 동력을 구상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사령탑이 필요해서다. 기존 미래전략실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지난 2017년 해체했고 세 개의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M&A나 지분투자, 중장기 전략 수립에 오너 차원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만큼 사업지원TF가 미래전략실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지난 2017년 미국 전장·오디오기업 하만 인수 외에 삼성의 대형 신사업 M&A는 찾아보기 힘들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그간 M&A에 적극 나서지 못한 건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컨트롤타워의 부재 영향이 컸다”고 진단했다.
삼성이 지난해 말 조직개편으로 꾸린 ‘미래사업기획단’도 컨트롤타워와는 결이 다르다. 과거 미래전략실이 계열사간 조율까지 담당한 반면 미래사업기획단은 미래 먹거리 발굴에만 집중한다.
|
전문가들은 AI가 산업 전 영역에 걸쳐 접목되고 서로 다른 산업의 융합이 활성화하는 상황에서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연성 인하대 경영학 교수는 “다양한 산업을 결합하는 사업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이에 대비하려면 조정 역할을 할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 교수는 “다양한 산업의 계열사들이 상호 융합해 시너지를 내려면 그룹 차원의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G부터 구글까지…글로벌 기업들 컨트롤타워 기능 마련
삼성처럼 지주사가 아닌 회사에 컨트롤타워를 꾸리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순수지주회사든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든 컨트롤타워 역할은 세계 많은 그룹에서 나타난다. 국내에선 LG와 GS가 자회사 주식을 보유하는 지주회사로 그룹 계열사들을 지배·관리하고 있다.
외국에선 미국 알파벳이 구글과 그외의 계열사들을 통솔한다. 폭스바겐 AG, 아우디, 람보르기니 등 다양한 자동차 회사를 두고 있는 독일 폭스바겐 그룹도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으며 사업 영역을 조정하고 있다.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반다이남코 역시 엔터테인먼트, 완구 등 업종에서 수많은 계열사를 두고 있는데 그룹 본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조명현 교수는 “외국 기업들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은 대체로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죄 선고로 컨트롤타워 논의 공간 확대…3기 준감위도 집중
이재용 회장이 ‘삼성 부당합병’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며 컨트롤타워를 논의할 환경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부당하게 합병시켰고 이 같은 작업을 미래전략실이 주도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삼성으로선 컨트롤타워 재조직을 추진할 운신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3기 임기를 시작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역시 컨트롤타워 논의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앞서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3기 때는 (그간) 미처 하지 못했던 분야를 진행하고 세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