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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같은 판사인데도 그 안에는 엄연한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농단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법관 개인의 독립’이 매우 중요하다.”
검사 출신의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법농단을 방지할 해법으로 ‘법관의 독립’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일 서울 서교동 창비서교사옥에서 열린 ‘법률가들’(창비)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우리 사법부의 뿌리가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다”며 “권력의 최상부에 있는 책임자로서 죄송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국민들을 최대한 설득하면서 이 국면을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사법계는 전국 법관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 결의서를 채택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 개혁의 대상은 ‘검찰’이었다”며 “하지만 1년 반 사이 검찰개혁은 온데간데 없고 ‘법원의 개혁’만 이야기하는 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법률가들’은 해방전후부터 한국전쟁까지 법조계의 형성 과정을 치밀하게 복원한 작품이다. 조선변호사시험 출신 등 초창기 대한민국 법률가들을 네가지 유형으로 묶어 이들이 역사적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했다. ‘열패고의 사람’으로 지칭되는 유태흥 대법원장과 이회창 전 총리의 아버지인 이홍규 검사 등 실제 판검사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1946년 5월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1949년 12월 ‘법조프락치’ 사건 등 법조계를 흔들었던 주요사건들도 나온다.
“‘과연 존경할만한 판검사가 존재할 수 있는 시대였나’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전쟁 중 대량학살이 많이 일어났는데 그 시절 재판과 기소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과연 모범이 될 만한 사람들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책의 바탕에 깔려있다. 돈도 인력도, 제도도 충분치 않았던 시대 속에서 권력이 탄생했다. 그 시대 사람들을 중심으로 중심으로 법률의 시대상을 재현하려 했다.”
김 교수는 그간 헌법에 담긴 근본정신을 현대적 의미로 되살려낸 ‘헌법의 풍경’, 법조계를 둘러싼 모순과 병폐를 정면으로 제기했던 ‘불멸의 신성가족’ 등의 저서를 내놨다. 김 교수는 “우리사회 엘리트의 기원을 찾아가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라며 “당시 법조계의 풍경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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