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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가 기존 중국 전략 실패를 사실상 인정하고 몸집을 줄이며 현지 전략 수정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중국 시장의 실적 부진으로 과거 여러 번 조직 재정비에 나선 바 있다. 앞서 지난 2019년에도 현지 대응력 강화를 통한 중국사업 부진 타개를 목표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현대차·기아는 2019년 4월 중국사업을 경험한 임직원을 중국으로 전진배치했고 8월엔 중국 지주사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기아는 당시 처음으로 현지인을 중국법인 CEO로 선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현대차·기아의 중국 실적 부진은 이어져 결국 다시 조직개편에 나서게 됐다.
현재까지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성적은 처참하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지속 성장하며 2016년 179만대를 판매, 200만대 고지 점령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2017년 발생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2017년 판매대수는 115만대로 전년 대비 36% 급감했다. 이후 매년 하락세를 거듭했고 지난 2020년엔 68만대까지 뚝 떨어졌다.
현대차·기아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에 밀리기 시작하면서부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본차 브랜드도 센카쿠열도 분쟁 등으로 중국과 감정이 좋지 않지만 품질을 올리고 가격을 낮추는 등 발 빠른 조치로 타격을 만회할 수 있었다. 현대차·기아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보다 세단에 집중하는 판단을 내놔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것도 패인으로 지목받았다.
결국 근본적으로 조직이 시장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배경에서 현대차·기아는 지난 7월 중국 내 주요 부문의 권한과 역할을 재정비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에 주재원을 수십 명 철수하며 인원수를 줄인 것도 조직 재정비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주재원을 불러들임과 동시에 중국 조직에서 경영 체제의 전환이라는 큰 변화를 줬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합작법인 방식의 체제를 버리고 중국 시장에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내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현지 법인인 베이징 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지난 7월 각각 현대차와 기아 대표이사 산하로 개편돼 각 사 대표이사 중심 경영 체제로 바뀌었다. 현대차그룹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 시장 특성에 맞춰 합작 법인으로 운영해왔는데 이를 대표이사 중심 경영 체제로 전환한 데 의미가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신사업 추진과 대관, 그룹사 지원 업무 등은 기존과 같이 중국 지주사인 HMGC에 맡기기로 했다.
이번 조직 개편엔 다른 해외 주요 시장과 관리 측면에서 통일성을 이루기 위한 목적도 있다. 현대차·기아는 해외 주요 시장을 권역본부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중국 조직도 이 같은 방식으로 개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올해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전동화를 포함한 신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이중 핵심인 전동화 및 상품 개발과 관련한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연구개발과 상품 부문은 각각 본사 연구개발본부와 상품본부 산하로 재편했다. 본사 연구개발본부 및 상품본부가 주도적으로 글로벌 차종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연구개발과 상품개발이 이뤄지는 상황을 고려해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친환경차 시장으로 성장할 중국 시장에서 2030년까지 총 21개 전동화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중국 소비자에게 글로벌 수준의 상품 혁신성과 품질을 갖춘 상품을 제공하고 친환경차에 관심이 높은 중국 시장 특성에 맞게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중국 내 연구개발(R&D)도 확대한다. 상하이 선행디지털연구소는 자율 주행, 커넥티드카, 전동화, 공유 모빌리티 등의 미래 기술을 개발하고 중국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옌타이 중국 기술연구소는 현지 개발된 기술과 서비스를 다른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중국 시장은 현대차그룹의 수소 관련 사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중국 정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중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현대차는 ‘HTWO 광저우’도 건설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완공될 HTWO 광저우는 최초의 해외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생산 판매 법인으로 연료전지시스템공장, 혁신센터 등이 들어선다. 연간 생산목표는 총 6500기로 중국 현지 상황을 고려해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친환경차 시대에 중국 시장의 중요성은 더 커지는 만큼 현대차와 기아가 중국 시장을 버릴 순 없을 것”이라며 “현대차와 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오랜 부진을 이어온 만큼 현지 사정에 따른 세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