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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발표

김동연의 외교능력, '회색코뿔소' 美 관세장벽에도 발휘될까

황영민 기자I 2025.03.31 17:59:10

평택항서 트럼프 관세 본격화 대비 비상경제회의
“‘트럼프 스톰’ 대응, 할 수 있는 모든 것 하겠다”
정부·정치권에 ‘경제전권대사’ 임명 등 재차 촉구
비상계엄 때 서한외교, 美 정치권과 맨파워로 외교행보

[평택=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트럼프 스톰’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 31일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항인 평택항에서 민관이 참여하는 ‘경기도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말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1일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평택항에서 개최한 ‘경기도 비상경제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경기도)
김동연 지사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보여줬던 외교능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장벽에도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스톰은 ‘회색 코뿔소’…정부는 허송세월”

현대자동차, HL클레무브㈜, HL만도㈜, 한국후꼬꾸㈜, ㈜예일하이테크 등 기업 임원들과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 오윤석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단장 등 자동차 산업 분야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김 지사는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에 따른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이에 대한 경기도의 종합 대응계획을 설명했다.

김동연 지사는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스톰은 이미 트럼프 당선 때부터 예고됐던 ‘회색 코뿔소’였다. 저는 1월 13일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여야정 합의로 ‘경제전권대사’ 임명 등 ‘수출 방파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회색코뿔소는 2013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미셸 부커(Michele Wucker)세계정책연구소(WPI) 소장이 제시한 개념이다. 어떠한 위험의 징조가 지속해서 나타나 사전에 예상할 수 있음에도 영향을 간과해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김 지사는 “하지만,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허송세월을 보냈다. 이 정도의 무대응은 정부의 심각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결국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린 기업들이 스스로 생존을 모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현대차의 미국 31조 투자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김동연 지사는 “‘관세 타이머’가 째깍째깍 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성차는 4월 3일, 자동차 부품은 5월 3일 이전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막판까지 관세 면제, 유예를 끌어낼 수 있도록 협상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며 “지금 ‘관세 타이머’를 멈추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씻을 수 없는 과오와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정부에 경고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1일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평택항에서 개최한 ‘경기도 비상경제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경기도)
실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자동차 수출기업인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정부 대책은 전무했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정책방향을 내지 않은 사이 앉아서 막대한 관세폭탄을 맞게 됐다”, “이 방향으로 가자는 정부의 대안제시가 없어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등 정부의 무대응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중소기업인은 “당기순이익의 90%가 환차익이고, 영업이익은 없다시피한 상황에서 수백억 관세를 지출하면 도산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질러놓고 맞상대해서 패키지 딜을 하자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협상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다”면서 “김동연 지사가 제안한 경제전권 대사야말로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위기상황서 나온 김동연의 외교감각

김 지사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사태 이후 외국 지도자, 각국 대사, 투자기업 등 2400여 명에게 긴급서한을 보내 ‘한국의 회복탄력성’을 적극 피력했고, 주한 네덜란드·벨기에 대사, 클라우스 슈밥 WEF(세계경제포럼) 회장 등이 답신을 통해 두터운 신뢰관계를 보여준 바 있다.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 사태에도 김 지사는 경기도와 교류협력 관계에 있는 유타, 버지니아, 플로리다, 텍사스, 미시간,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워싱턴, 뉴욕, 아칸소 등 미국 내 10개 지역 주지사와 샌디에이고 시장,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장인 게리 콘 IBM 부회장 등에게 편지를 보내 민감국가 지정에 대한 관심과, 양 지역 교류협력 강화를 당부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에너지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로 평가되는 마이크 던리비(Mike Dunleavy) 알래스카 주지사와 만나 기후 대응과 LNG 개발 프로젝트 등 다방면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 25일 오전 더플라자호텔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마이크 던리비(Mike Dunleavy)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와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경기도)
경기도 관계자는 “김동연 지사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국가 외교정책을 보완하고 경제안보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행보를 보인 바 있다”며 “특히 중앙정부의 외교·통상 정책이 과도기적 공백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경기도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외교 리더십을 실질적으로 보완하며 새로운 국제 협력의 통로를 개척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경기도는 미국의 관세장벽이 현실화되자 지난 10일 150여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는 미국 조지아주에 ‘대미 통상환경조사단’을 파견해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조지아주 정부 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오는 6월에는 도내 자동차 부품 기업들을 현지에 파견해 수출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날도 김 지사는 “미국이 자국 내 생산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부품 업체를 비롯한 중소, 중견기업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경기도는 자동차 분야 관세 피해 중소기업에 500억원 규모의 긴급특별경영자금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일자리 감소나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서 면밀하게 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 국회와 정부, 경제계가 ‘팀 코리아’로 총력을 다해 관세 전쟁에 대응하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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