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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아버지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납니다. 평생을 가난 속에서 살아온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세월 속에 잊히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이번 가족문학관 건립으로 아버지가 되살아난 것 같은 감동을 느낍니다.”
소설가 조정래(75)가 30일 전남 고흥군 두원면 운대리에 문을 연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 개관식에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문학관 건립에 대한 고마움에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어렵게 눈물을 참으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작가는 “아버지께서 죽기 직전 어머니에게 ‘아들 키운 보람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만약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가족문학관’을 보고 ‘아들 키운 보람 있다’는 말을 다시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문학관을 만들기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이미 전북 김제시에 ‘아리랑문학관’, 전남 보성군에 ‘태백산맥문학관’이 있는데 조 작가를 위한 세 번째 문학관을 만든다니 욕심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 것. 심지어 아내인 김초혜(74) 시인까지도 반대하고 나섰다. 작가는 원고지 30매 분량으로 고흥군수에게 거절의사가 담긴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친지의 간곡한 설득 끝에 아내가 먼저 문학관 건립을 찬성했고 예정보다 1년 늦게 문학관을 세울 수 있었다.
조 작가는 자기 이름을 내건 문학관 세 곳의 관리에 남은 인생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그동안은 문학관을 세워두고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소설을 완성하고 나서부터는 문학관 관리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월·화는 ‘아리랑문학관’에, 수·목은 ‘태백산맥문학관’에 금·토는 ‘가족문학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독자들과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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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작가는 “‘가족문학관’을 방문하는 방문객이 다른 것보다 내가 쓴 네 개의 잠언을 마음에 담길 바란다”며 “그 잠언에 살아온 인생과 철학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객이 문학가라면, 원고지에 쓴 글을 보고 얼마나 처절하게 작가가 글을 쓰는지를 알아가야 한다”며 “아직도 나는 글의 긴장감, 밀도, 탄력을 위해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글을 쓴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장편 ‘천년의 질문-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를 집필하고 있다. ‘천년의 질문-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에서는 대한제국부터 현재까지 근현대사에 벌어진 국가의 부조리와 횡포를 담을 예정이다. 조 작가는 “왜 국가가 존재해야 하는지, 국민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은 국내 최초 가족문학관으로 1274점의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조 작가가 아버지를 그리며 쓴 글, 손자와 함께 찍은 사진 등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자료가 많다. 조 작가와 선친인 시조시인 철운 조종현(1906∼1989) 선생, 아내이자 시인인 김초혜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기 위해 고흥군이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