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내부통제 외부 검증 대상을 축소하는 규칙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형 상장사를 가르는 유통주식 시가총액 기준을 7억달러(약 9723억원)에서 20억달러(약 2조7780억원) 높이고 검증 면제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SEC는 지난 5월 개정안을 제안하고 7월 의견 수렴을 마쳤다.
내부통제는 거래 기록과 결산, 자금 관리 과정에서 오류나 부정을 막는 회사의 관리 체계다. 엔론 회계부정 사태 이후 미국은 지난 2002년 사베인스옥슬리법(SOX)을 제정해 경영진의 내부통제 평가 책임을 강화하고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에는 외부 회계법인의 검증도 요구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가운데 외부 검증 의무를 줄이는 조치다.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점검하고 결과를 공시할 책임과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 감사는 유지한다. 회사가 “우리 장부 관리 체계는 문제없다”고 밝히면 이를 외부 회계법인이 따로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해도 된다는 의미다.
개정안을 그대로 확정하면 전체 상장사의 27%인 약 1700곳이 추가로 외부 검증 의무에서 벗어난다. 신규 상장사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상장 후 5년간 면제 혜택을 받는다. 거대 기술기업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용 절감 효과와 투자자 보호 수준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규제 완화는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의 기업공개(IPO) 활성화 구상과 맞닿아 있다. 앳킨스 위원장은 복잡하고 비싼 감사 절차가 기업의 상장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해왔다. 상장 이후 부담을 낮춰 기업들이 공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회계업계가 잃을 수수료 규모도 상당하다. 새로 면제 대상에 들어가는 기업들이 지난해 지출한 전체 감사보수는 38억달러(약 5조2782억원)다. 미 회계감사원(GAO)이 분석한 내부통제 검증에 따른 감사보수 증가율 중간값 13%를 적용해 역산하면 관련 비용은 약 4억3000만달러, 약 6000억원이다. EY·딜로이트·PwC·KPMG 등 빅4 회계법인과 투자자단체는 반대 의견을 냈다. 특히 신규 상장사에 일괄적으로 5년을 유예하면 투자자들이 기업의 회계관리 체계를 확인할 중요한 장치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페이스X나 앤스로픽처럼 상장 직후 대규모 투자금을 끌어들일 기업일수록 독립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회계법인들은 비용 절감 효과도 SEC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내부통제 검증과 재무제표 감사가 맞물려 있어 같은 수준의 감사 품질을 유지하려면 일부 확인 절차를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 회계감사품질센터(CAQ)의 데니스 맥고완 부회장은 “독립적인 외부 검증은 더 튼튼한 내부통제와 개선된 재무보고, 높아진 투자자 신뢰로 이어진다”며 “이런 이점을 잠재적 비용 절감과 신중하게 견줘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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