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과거 불공정 계약관리 관행을 정리하고자 한 의지와 한미 조선협력(MASGA) 등 글로벌 사업 확대 국면에서 법률·평판 리스크를 털고 가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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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삼성중공업이 사내협력사에 선박 임가공 작업을 위탁하면서 수급사업자가 작업을 시작한 뒤 계약서를 발급한 혐의에서 비롯됐다. 이른바 서면 계약서 ‘늑장 발급’이다. 이 회사는 조선소 내에 사무소를 둔 협력사들과 1년 단위로 조선임가공 분야 하도급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작업 물량이 정해지면 하도급대금을 협의해 개별 계약을 맺어왔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 발급이 작업 착수 이후 이뤄진 것이다.
당초 공정위가 신고 받은 내용에는 서면 지연 발급 외에도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공정위 신고를 이유로 한 하도급계약 해지, 수정·추가공사 하도급대금 미지급 등이 포함됐다. 다만 공정위는 서면 지연 발급을 제외한 나머지 신고 내용에 대해 심사절차종료 및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신고인이 재신고했지만 공정위 재신고사건심사위원회는 심사불개시 결정을 했다.
서면 지연 발급은 하도급법상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대상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남은 혐의가 계약서 지연 발급에 한정된 만큼 제재 수위가 시정명령이나 수천 만원 수준의 과징금 등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사건 본심의에 따른 법적 판단을 끝까지 다투기보다 수급사업자와의 거래 관계 개선과 상생협력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공정위에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이 제시한 방안은 크게 거래질서 개선과 협력사 지원으로 나뉜다. 우선 계약관리시스템을 개선하고,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전면 사용하기로 했다. 임직원과 협력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원·하청 간 상설협의체도 구성한다.
상생방안 규모도 작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동반지원금을 연 30억 5000만원 늘리고, 명절 귀향비와 휴가비 52억 5000만원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근로자가 160만원을 납입하면 8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숙련기술자 희망공제사업에 20억원을 투입하고, 자녀학자금 등을 지원하는 공동근로복지기금도 기존 20억원에서 10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전체 상생방안 규모는 113억원 수준이다.
이에 더해 올해 1월 88개 수급사업자 직원 6900명에게 총 29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앞으로도 협력사 직원 성과급 지급을 이어갈 계획이며, 이를 상생방안에 추가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존 113억원 규모 상생방안에 성과급 지급까지 더해지면 협력사 지원 규모는 사실상 더 커지는 셈이다.
삼성중공업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동의의결을 선택한 배경에는 과거 계약관리 관행을 이번 기회에 정리하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 제재로 넘기기보다 과거 서면 지연 발급 이력까지 포함해 계약관리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법 위반 여부를 다투기보다 회사 차원에서 한 번에 정리하고 가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글로벌 사업 환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참여하고 있다. 조선업이 한미 산업협력의 핵심 분야로 부상한 상황에서 법 위반 리스크가 남아 있을 경우 해외 사업이나 정부 협력 사업, 발주처 평가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절차 개시일 뿐, 동의의결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공정위는 앞으로 삼성중공업과 함께 시정방안을 구체화해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