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지난해부터 장내매수를 통해 모두투어 주식 4.5%를 확보했다. 이를 계기로 회사는 인터파크트리플, 모두투어와 함께 패키지 여행 사업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동반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아웃바운드(Outbound·내국인의 해외 여행) 사업에 힘을 실어 진정한 ‘글로벌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지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여행을 본질로 삼는 야놀자는 지난 2017년부터 여가 산업에 적용 가능한 클라우드 솔루션(SaaS) 및 관련 비즈니스 투자에 공을 들여왔다. 데이터를 토대로 한 글로벌 종합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 거듭날 준비 작업에 나섰던 셈이다. 야놀자의 이러한 움직임을 흥미롭게 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2021년 회사에 2조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야놀자는 이후에도 기업간거래(B2B) 디스트리뷰션 솔루션 기업인 ‘고글로벌트래블(GGT)’을 인수해 사업 연계 국가를 200여 개국으로 늘리는가 하면, 미국 호스피탈리티 솔루션 기업 ‘인소프트’ 지분 전량을 110억원에 인수하며 현지 시장 디지털 전환 작업에도 나섰다. 자체 기술 혁신을 지속하며 솔루션 라인업을 확보하고, 글로벌 솔루션 커스터 마이징 및 CS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구독 서비스 기반의 지속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해온 셈이다.
이러한 야놀자의 노력은 지난해 3분기 실적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가운데 야놀자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112% 증가한 649억원, 영업이익은 92억원으로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조정 EBITDA 역시 본격적인 해외 영업이익 증가로 132억원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야놀자가 여행 사업 부문에 대해 손을 아예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회사는 지난 2022년 인터파크를 인수하며 숙박에서 항공 예약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이후 고객 중심의 신규 여행 패키지 브랜드 ‘홀릭’과 ‘W트립’을 선보이는 등 여행 서비스 부문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야놀자에 투자한 주된 이유는 기술 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라며 “여행 부문을 강화하는 것은 야놀자의 숙제였는데 이번 모두투어 소수 지분 확보로 어느 정도는 저변을 넓혔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모두투어와의 합종연횡이 가져올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기술 플랫폼이 아닌 야놀자의 본업인 여행·여가 키워드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야놀자는 글로벌 솔루션사가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여행 거래 허브”라며 “글로벌 여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서비스에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야놀자의 궁극적인 비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