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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어민 강제북송’ 文정부 외교라인 혐의 부인…“동료 살해 흉악범”

박정수 기자I 2023.11.01 17:36:24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4명 ‘강제북송’ 첫 재판
檢 “탈북 어민, 헌법과 법률상 대한민국 국민”
“북송 후 살아 있지 않을 것”…검사 울먹이기도
정의용 “국민 안전 위해 조기에 퇴거”…무죄 주장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탈북어민을 강제로 북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권 안보·외교라인 관계자들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흉악범을 국내에 두면 국민 생활과 안전에 큰 피해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조기에 퇴거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재판장 허경무)는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하게 해 관계 기관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탈북어민들이 대한민국 법령과 적법절차에 따라 대한민국에 체류해 재판받을 권리 등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은 강제북송 방침에 따라 중앙합동정보조사를 중단·조기 종결하도록 해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의 조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서 전 원장에겐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도 추가로 적용됐다.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의 조사결과 보고서상 탈북어민들의 귀순요청 사실을 삭제하고, 조사가 계속 중임에도 종결된 것처럼 기재하는 등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후 통일부에 배포하도록 한 혐의다.

이날 오전 재판에서 검찰은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공소요지와 법률적 쟁점을 진술했다. 검찰은 “탈북 어민은 헌법과 법률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북한이탈주민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이들은 수차례 명백히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외국인과 난민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중앙합동정보조사 하루 만에 강제 북송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귀순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송환한 것은 전례가 없고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으로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할 수도 있다”며 “그것이 헌법상 핵심 가치인 법치주의를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또 검찰은 진술을 마치며 “탈북 어민들이 강제 북송되고 난 후 (북한에서)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현재까지 알려진 적이 없다”며 “지금은 아마 살아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인데 이들을 케이블타이에 묶어서 북송한 게 정당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울먹였다.

오후 재판에서 정 전 실장은 “이번 사건을 ‘강제북송’이라고 명명한 것 자체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북한에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해 무단으로 월선한 이들을 우리 해군이 제압해 나포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들은 하룻밤 새 동료 선원들을 흉기로 살해한 흉악범”이라며 “정부는 이들을 사법절차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들의 귀국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을 계속 국내에 두면 국민 생활과 안전에 큰 피해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조기에 퇴거한 것”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제 소견을 스스럼없이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기소된 서 전 원장도 “정 전 실장과 의견을 같이한다”며 “북송 결정이 위법이라는 전제 하에 이뤄진 공소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노 전 실장도 “어민들을 북송하는 의견에 ‘타당하다’고 수긍했을 뿐, 다른 피고인들과 공모하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김 전 장관도 “통일부는 당시 합동조사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탈북 어민들의 수용과 퇴거를 결정하는 것도 통일부 기능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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