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AI는 분명 중요한 기술이지만 결국 기업이 활용해야 하는 도구”라며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업무와 사업에 적용해 조직 경쟁력으로 내재화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AI 시대에 앞서 협업 방식과 데이터 체계를 바꾸는 데 집중해 AX 기반을 마련했다. 업무 관리와 지식 공유 플랫폼을 도입하고 글로벌 협업 환경을 표준화하는 한편 연구개발·생산·품질·판매 등에 흩어진 데이터를 연결하는 ‘글로벌 원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한 영역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다른 영역의 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
이 같은 기반 위에서 생성형 AI 활용도 전사로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H Chat Pro’를 일반 임직원에게 개방하고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다양한 AI 모델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문서 작성과 정보 검색, 데이터 분석, 코드 개발뿐 아니라 최근에는 개발자가 아닌 일반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드는 사례도 늘고 있다.
|
현업에서의 성과도 구체화되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의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는 과거 충돌시험 결과와 이미지, 해석자료 등을 통합 검색해 유사 사례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과거 숙련자의 경험과 여러 시스템에 흩어진 자료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됐으며, 관련 사례 탐색과 분석자료 검토 시간은 약 90% 단축됐다.
제조 현장에서는 비전 AI 기반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를 통해 차량식별번호(VIN)와 생산 시스템 정보를 실시간으로 대조하고 있다. 국내외 약 70개 생산거점에 적용돼 연간 52억40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대차의 복잡한 이동 경로를 AI가 최적화하는 기술을 적용해 생산 중단 시간도 약 86% 줄였다.
제조 특화 AI 에이전트 플랫폼 ‘E-FOREST: POLARIS’도 확대한다. 품질·생산·설비·물류 등 현업 엔지니어가 자신의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AI 에이전트로 구현하고 직접 검증·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경험과 노하우를 조직의 디지털 자산으로 축적한다는 구상이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해외 정비 현장에 적용한 ‘정비 지원 AI 서비스’를 통해 오류 코드와 차량 증상을 분석하고 관련 매뉴얼과 과거 정비기록을 바탕으로 진단 결과를 제시한다. 정비 대응 시간은 약 42% 단축됐다. 고객 리뷰 대응에도 AI를 적용해 리뷰 분석부터 태그 생성, 답변 초안 작성까지 자동화했으며, 리뷰 1건당 처리 시간을 평균 35분에서 5분 수준으로 줄였다. 현재 전체 고객 리뷰의 85% 이상을 AI 기반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9월부터 전체 대응 프로세스 자동화를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AX를 넘어 차량과 로보틱스, 제조·서비스 현장 등 물리적 세계와 AI가 결합하는 ‘Physical AI’ 시대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축적한 데이터와 운영 경험, AI 활용 역량을 실제 제품과 생산 현장으로 확장해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진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목표는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을 가장 빠르게 배우고 현장에 적용해 고객 가치와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부의 AX 경험을 산업계로 확산하는 데에도 나선다. 중소기업의 AX 전환을 지원해 국내 제조업의 AI 활용 저변을 넓히고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