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러시아산 원유 운송하던 서방 빈자리 넘본다

방성훈 기자I 2023.01.30 17:06:39

유가상한제 도입후 서방 해운사들 러 원유 운송 포기
인도 신생기업들이 유조선 대여·인수해 대체
대부분 亞 수출…"러 원유 수출 도와 서방 제재 약화"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늘린데 이어, 러시아산 원유 운송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서방의 금수조치 이후 미국과 유럽 해운사들의 러시아산 원유 운송이 줄어든 영향이다.

(사진=AFP)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도 신생기업인 가틱 쉽 매니지먼트(이하 가틱)는 지난해 6월 이후 25척의 유조선을 확보하고 러시아산 원유 운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전까지 유조선 운영 경험이 전무한 탓에 최근 뭄바이 사무실에서 러시아산 원유 운송을 위한 직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가틱은 유조선 소유주가 아닌 관리업체다. 이 회사가 관리중인 유조선 가운데 20척은 뭄바이에 등록된 소셜클럽이라는 업체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최대 해운사 노르웨이 프론트라인도 실소유주 중 한 곳으로, 라스 바스타드 최고경영자(CEO)는 “해운 시장은 항상 정치적 변화에 적응해 왔다”고 말했다.

또다른 인도 해운업체 코반 쉬핑은 지난해 러시아 국영 해운사인 소브콤플롯으로부터 유조선 5척을 구입했다. 이 회사 역시 2019년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서방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았던 소브콤플롯은 제재 이후 대출금을 갚지 못해 유조선 12척이 압류될 위기에 놓이자 서둘러 선박들을 매각했다.

WSJ은 이외에도 러시아와 거래를 끊은 서방 기업들의 유조선을 인수하기 위해 많은 인도 기업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출에 기여하면서 서방의 제재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기업들이 러시아산 원유 운송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주요7개국(G7)과 유럽연합(EU), 호주 등이 지난해 12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가격상한제를 도입한 영향이다. 수출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를 넘는 경우 보험과 운송 등 해상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면서 많은 서방 해운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송을 포기했고, 인도 업체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린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가상한제가 시행된 지난해 12월 5일부터 올해 1월 14일까지 러시아산 원유가 선적된 유조선은 약 160척으로, 46척은 소브콤플롯의 인도 자회사 소속이었다. 또 제재를 부과한 서방이나 일본이 제공하는 보험 서비스가 없는 선박도 75건에 달했다. 유럽으로의 수출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이들 유조선은 대부분 아시아 국가로 향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송옌린 애널리스트는 “서방의 유가상한제 발효 이후 러시아산 원유의 60% 이상을 아랍에미리트(UAE), 홍콩, 중국, 인도, 러시아 회사가 통제하는 유조선이 선적했다. 유럽의 통제를 받는 그리스와 터키 선박들은 29%를 차지했다”고 부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