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일각에서는 LP 운용 과정에서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점을 들어 조직 내부에서 이를 알고도 모른 척 한 것이 아니냐는 등 다양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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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1300억원 규모의 ETF LP 운용 과정에서 손실이 드러나 내부 감사 및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ETF LP 운용 손실 사태와 관련해 전수 점검을 실시한 데 이어 현재도 계속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14일 회사 내부망에 “비상대책반을 공식적이고 체계적으로 가동해 사실 관계와 원인 파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부 직원의 ETF LP 역할 중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매매로 1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의 LP 운용을 담당하는 직원이 자금을 가지고 본래 업무 목적과 관련 없는 선물매매를 하다가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을 감추기 위해 스와프 거래인 것처럼 꾸며내다가 내부에서 덜미가 잡혔다.
LP는 ETF가 원활하게 거래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거래 가격과 실제 순자산가치(NAV)의 괴리가 커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적정 호가로 일정 수량의 유동성을 공급하면서다.
예컨대 ETF의 순자산가치보다 시장가격이 높아지면 LP는 일정 수량의 매도 주문을 내 가격을 낮추고, 반대로 순자산가치보다 시장가격이 낮으면 매수 주문을 통해 가격 올려 거래를 활성화한다. 이 같은 유동성 공급 과정에서 LP는 매수 및 매도 가격 차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조사 착수한 금융당국…신한투자증권, 제재 직격탄맞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ETF LP 자금 운용으로 대규모 금융사고가 지난 8월 초에 발생했음에도 두 달이 지나서야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책무구조도가 무용지물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임원별 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일종의 지침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올 초 준법경영부를 신설하고, 지난 4월에는 증권사 처음으로 책무구조도를 도입했다. 올 연말까지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회사 내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책무구조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직원 한 명이 이 정도 규모의 자기자본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스와프 거래를 허위로 꾸며내는 과정에서 규모를 축소했다면 회사가 이를 빨리 알아채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이번 사고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주문한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은 위법 확인 시 제재를 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7월 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금융회사에 시범운영 기간 내 제재 조치를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은 금융사고 발생 전 책무구조도를 제출하지 않아 제재 시 면제 대상이 될 수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사도 10월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시범사업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신한은행과 신한지주와 달리 신한투자증권은 시범사업 관련해 책무구조도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제재를 차치하더라도 투자자들의 신뢰 하락과 1300억원의 손실 반영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사고에 따른 손실액은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2016억원)의 61.7%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