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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 삼성전자 '기술과외' 받자…"6주 만에 변화"(종합)

김호준 기자I 2020.06.10 18:52:35

'상생형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 참여한 솔젠트
삼성전자 멘토 상주하며 공정개선 지원…생산량 73%↑
"코로나 '시즌2' 대비…전 세계 인정받는 진단키트 만들 것"

10일 오전 대전 소재 분자진단 기업 ‘솔젠트’에서 열린 ‘스마트공장 현장 혁신 보고회’에서 참가자들이 생산 시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대전=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삼성이 달아준 날개를 활짝 펼쳐 ‘K-바이오’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치겠습니다.”

10일 오전 대전 소재 분자진단 기업 ‘솔젠트’. 이날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솔젠트에서 ‘스마트공장 현장 혁신 보고회’를 개최했다. 지난 4월부터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에 참여한 솔젠트가 생산성 향상, 원·부자재 국산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도움으로 진단시약 기업 기본 갖춰”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245620)) 계열사인 솔젠트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다이아플렉스큐’(DiaPlexQ)의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했다.

지난 4월에는 국내 진단기업 최초로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비축전략물자 조달업체로 등록, 진단키트 15만 명분을 공급하기도 했다. 현재 솔젠트가 만든 진단키트는 북미와 유럽, 동남아 등 50여 개국에 공급되고 있으며, FDA 정식 판매 허가도 추진 중이다.

진단키트 생산시설이 있는 본사 건물 2층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자재창고가 눈에 띄었다. 선반마다 코드를 부여해 진단키트 제작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시스템에 입력,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바로 옆 제품분주실에서는 직원들이 진단시약을 튜브용기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모두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진행했지만, 최근 자동화 캐핑기기를 도입해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시약을 담을 수 있게 됐다.

진단시약을 튜브용기에 담는 작업을 마치면 제품은 냉동보관실로 이동, 포장공정을 기다리게 된다. 냉동보관실에는 최근 도입한듯한 거대한 전용 냉동고가 자리잡고 있었다.

솔젠트 관계자는 “예전에는 냉동고에 담긴 제품 재고 관리도 수작업으로 진행했지만, 최근 태블릿PC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재고 관리를 가능토록 했다”며 “이제 어디에서도 입·출고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장공정에도 컨베이어 벨트 방식을 도입해 500키트 기준 포장 시간을 2시간에서 1시간으로 단축했다.

석도수 솔젠트 공동대표는 “생산 자동화에 날개를 달아준 삼성전자의 헌신과 기술력에 감사하다”며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멘토들 덕분에 진단시약 기업으로서 기본을 갖추게 됐다”며 중기부와 중기중앙회, 삼성전자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10일 대전 소재 분자진단 기업 ‘솔젠트’에서 직원이 캐핑기를 통해 진단시약을 용기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김호준 기자)
◇ 제조 스마트화 6주 만에 키트 생산량 73%↑

지난 2000년 설립된 솔젠트는 다품종 소량생산방식으로 진단키트·진단시약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진단키트 주문이 각국에서 물밀듯이 밀려오면서 솔젠트는 대량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솔젠트는 지난 4월 중기부의 제안으로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은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이 매칭해 스마트공장 도입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현장에 멘토를 파견해 제조 현장 스마트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추진한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자상한 기업) 7호로 지난해 선정, 마스크·손소독제 등 코로나19 방역 물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 구축을 돕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는 지난 4월 말 멘토 20여 명을 솔젠트에 파견해 자재관리와 물류동선 최적화, 포장 공정개선, 자동화 설비 도입 등 73개 과제를 발굴하고 공정 개선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유재형 솔젠트 공동대표는 “삼성전자 멘토들이 회사에 와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바닥 청소와 주변 환경 정리”라며 “멘토들이 오기 전과 후 회사의 모습이 확연히 다름을 느낀다”고 했다.

솔젠트는 먼저 삼성전자 멘토 조언에 따라 자재·제품 구분 관리를 위한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제조공정을 분석해 물류동선을 148m에서 98m로 34% 단축하는 공정개선 효율화 작업에도 착수했다.

독일에 의존하던 진단키트 튜브용기도 국산화했다. 삼성전자가 금형 분야 협력사인 윤일정밀·인탑스를 통해 시약 누출을 방지하는 튜브 금형기술 발명을 지원한 덕분이었다. 튜브를 국내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비용도 55%나 절감했다.

6주간의 ‘스마트화’ 성과는 놀라웠다. 진단키트 생산성은 주당 1만1900키트에서 2만571키트로 73%나 대폭 증가했고, 튜브 불량률은 40%나 개선됐다. 솔젠트와 삼성전자 멘토, 협력사 직원 등 38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스마트화를 추진한 결과였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솔젠트는 현재 건설 계획 중인 제2공장도 스마트공장으로 구축, 차별화한 고품질 진단키트로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공장 수준도 현재 1단계에 불과하지만, 향후에는 데이터 기반 제조 분석 및 제어가 가능한 2~3단계까지 고도화할 예정이다.

유재형 대표는 “초기 코로나19 사태의 급박함을 넘어, 앞으로는 ‘코로나 시즌2’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제는 정확한 품질로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진단키트를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중기부는 솔젠트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멘토의 도움을 받고 있는 SD바이오센서, 코젠바이오텍 등 바이오 기업에 대해서도 ‘스마트공장 현장혁신 보고회’를 순차적으로 개최, 보급 성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김종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장은 “삼성이 IT 분야에서 수십년 동안 치열하게 경쟁하며 터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어떻게 접목할지 생각이 많았다”며 “이번 솔젠트의 스마트공장 구축은 IT산업의 초정밀 기술과 바이오산업과의 연결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성천 중기부 차관은 “솔젠트가 대량생산체제로 가는 절묘한 시기에 삼성전자와 협력하게 됐고, 6주 만에 믿기지 않을 정도의 변화가 나타났다”며 “중소기업의 현장혁신을 위해 스마트공장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0일 오전 대전 소재 분자진단 기업 ‘솔젠트’에서 열린 ‘스마트공장 현장 혁신 보고회’에서 참가자들이 생산 시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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