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대마(헴프) 규제 완화가 입법과 행정 양면에서 속도를 내면서 전북 새만금의 헴프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헴프산업 특별법 발의와 새만금 메가특구 규제혁신이 동시에 맞물리며, 106조 원 규모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새만금 농생명권역 4공구 53ha 부지에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총 3,875억 원을 투입해 헴프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이 사업은 정부 국정과제인 ‘새만금 글로벌 메가샌드박스’의 1호 사업으로 선정돼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확인된 상태다. 재원은 국비 2,603억 원, 지방비 333억 원, 기타 939억 원으로 구성된다. 1단계(2026~2030년)에는 1,275억 원을 투입해 2ha 규모의 스마트팜 기반 재배시설, 헴프산업진흥원과 안전관리센터 설립, 10ha 규모의 기업 입주단지를 조성한다. 2단계(2031~2035년)에는 2,600억 원을 추가 투입해 의료용 헴프산업 기반과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 임상·비임상 평가 지원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이 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법적 관문이 ‘헴프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은 환각성분(THC)이 극히 낮은 산업용 헴프도 대마초와 동일하게 분류해 재배·가공·유통 전 단계에서 엄격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특별법의 핵심은 THC 0.3% 미만 헴프를 별도로 정의해 마약류 규제 대상에서 분리하는 것이다. 특별법에 따른 허가를 받으면 마약류관리법상 승인 절차를 거친 것으로 의제해 중복 규제가 해소된다. 전북도는 경북도와 협력해 국회 정책토론회를 열고 법안 발의에 나설 계획이며, 전북대 의생명과학원과 한국법제연구원 등이 조문별 해설 작업을 마친 상태다.
새만금 헴프 클러스터에 적용되는 ‘메가특구’ 규제 모델은 기존 규제자유특구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현재 경북 안동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산업용 대마 칸나비디올(CBD) 수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재배와 가공 시설이 분리돼 있고 실증 범위도 제한적이어서 산업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증 범위를 넓힐 때마다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적 제약도 걸림돌이다. 반면 메가특구는 ‘원칙 허용·예외 금지’ 체계를 적용한다. THC 0.3% 미만 헴프의 재배와 제조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안전관리 위반이나 THC 초과 등 위험 요소에 대해서만 제한을 두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종자 개발부터 재배·가공·제품 생산·유통·수출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규제 틀 안에서 통합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경북도도 헴프산업 실증을 확대하고 있다. 경북도는 9일 안동 산업용 대마 규제자유특구에 296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경북에서 재배한 헴프에서 의약품 원료를 추출하고 이를 활용한 의료용 제품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특구 사업자 8곳이 대마의 칸나비노이드 성분을 활용한 의약 소재 개발과 사업화에 참여한다. 안동과 새만금이 각각 의약 소재 특화와 전주기 산업화라는 상호보완적 역할을 맡으면서 국내 헴프산업이 투트랙으로 전개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THC 0.3% 이하 헴프를 마약류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고 산업화를 추진 중이며, 유럽연합(EU)은 CBD 식품을 ‘신식품(Novel Food)’으로 분류해 유통을 허용했다. 일본과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규제 완화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글로벌 헴프 시장 규모는 2030년 100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34%에 달한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해외 시장이 규제 완화를 발판으로 헴프산업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며 “2030년 1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마켓잉크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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