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하고 26일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현행 양곡관리법에는 쌀값의 과도한 상승이나 하락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평년 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 정부가 양곡을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해당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당론으로 택하고 추진 중이다. 이는 지난해 쌀 초과 생산의 여파로 쌀값이 하락하며 농민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쌀 초과 생산량은 26만8000t에 달했다. 수요대비 쌀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은 하락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일 기준 쌀 20kg 도매가격은 4만6263원으로 평년(5만3157원)대비 13.0% 떨어졌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쌀값 폭락으로 벼 재배농가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며 “요건을 충족하면 시장격리 조치를 의무화하고 시장가격에 따라 수확기에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이 농림법안소위원회에서 개정안을 단독 통과시킨 지난 15일 “농업은 식량 안보를 위한 전략산업인데 시장 격리에 관한 규정이 ‘임의조항’이라는 한계가 컸다”며 “양곡관리법을 본회의에서도 반드시 통과시켜 쌀값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처리 여부가 관건이었으나 일단 25일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수확기 대책을 본 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농민 여론을 우려한 여당이 해당 개정안을 적극 반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처리를 강행할 경우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쌀 초과 생산량을 무조건 매입하는 방식은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는 반박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해 56.9kg으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정점이던 1970년(136.4kg)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 쌀 생산량은 같은기간 394만t에서 388만t으로 1.5% 감소에 그쳤다.
소비 행태상 구조적으로 쌀 수요가 줄고 있는데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할 경우 수급 안정 노력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오히려 벼 농사로 재배수요가 몰릴 경우 다른 작물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해 식량 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장 격리에 들어가는 재정도 만만치 않다. 2021년산 쌀 37만t 시장 격리에 투입된 예산은 7800억원대로 알려졌다.
이는 같은해 총예산(약 16조8800억원) 4.6%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수준이다. 농식품부 주요 사업인 직불금의 지난해 예산이 2조5000억원인데 시장 격리에 들어가는 예산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과 쌀 산업의 미래는 물론 전체 재정 측면에서도 (시장 격리) 부담이 커지면 청년농업인 육성이나 스마트팜 등 중요 분야 지출이 제약될 수 있어 의무화 (도입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