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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올해 IPO 자금 조달 규모가 408억9000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인도(175억달러), 중국(151억5000만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전년보다 한 계단 상승한 9위를 기록했다. 중국과 아랍에미리트, 독일, 튀르키에 등과 함께 IPO 순위가 하락한 영국은 이들 국가 중 순위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영국은 단일 IPO 규모에서도 성과가 초라하다. IPO 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1억5000만파운드(약 2740억원)를 조달하는 데 그쳤다.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IPO 100개 가운데 런던에서 진행한 건은 단 한 것도 없었고, 심지어 그리스와 스웨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더 큰 규모의 IPO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런던이 세계 상위 5위 IPO 시장에 이름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며 “이번 순위는 영국이 직면한 도전의 깊이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낮은 밸류에이션과 위험을 회피하는 현지 투자자들, 해외 금융 중심지와의 경쟁 심화 등이 영국이 세계 IPO 시장에서 소외된 이유로 거론된다.
이런 변화를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중동 석유 및 가스 시추업체인 ADES홀딩이다. 지난 2017년 영국 런던 시장에 상장한 이 회사는 2020년 시가총액이 4억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기업 가치가 반토막났다. 이에 2021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지원을 받는 컨소시엄에 의해 비공개로 전환됐고, 지난해 사우디에서 재상장했다. 현재 시장 가치는 약 55억달러에 달하며 예상 수익의 24배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런던에 있을 당시의 약 4배에 달하는 가치다.
사우디 증시에선 매일 약 3000만달러어치의 주식이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런던에서의 작년 평균 거래량의 100배가 넘는 규모로, 이 회사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도 런던 시장 상장 당시보다 2배가량 늘었다.
기업들의 런던 증시 이탈도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약 45개 기업이 인수합병으로 인해 런던 증시를 떠났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이들 중 상당수는 증권사의 담당 애널리스트가 없고, 다른 해외 시장의 동종 기업에 비해 낮은 배수로 거래되는 비인기 중형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유동성 부족에 불만을 품고 런던 거래소를 떠나고 있다. 음식 배달 그룹인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는 지난달 런던에서 상장 폐지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증시로 옮겨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이유로 최근 영국계 호주 광산업체 리오틴토는 필라이저 캐피탈로부터 런던 상장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고, 독일의 관광그룹 투이(TUI)그룹과 영국 제약회사 인디비어 Plc도 런던 증시 상장을 포기하거나 해외 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했다.
C.S. 벤카타크리슈난 바클레이즈 최고 경영자(CEO)는 이번 달 컨퍼런스에서 “영국 주식 시장이 30년 이상 구조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부분적으로는 국내 연기금의 위험 회피 성행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원하는 밸류에이션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런던 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런던 증시에서 상장 폐지된 기업의 수는 기업공개(IPO) 건수의 10배가 넘는다. 펀드 네트워크 칼라스톤에 따르면 영국에 집중된 주식형 펀드는 10월까지 41개월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으며 11월에야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리아드 메이더 게이트모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매니징 파트너는 “영국의 자본 시장 상황은 부정적”이라며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자본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은 영국 증시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영국 자본 시장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유일한 지표는 IPO가 아닐 뿐더러 다른 유럽 거래소보다 더 많은 주식을 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 대변인은 “우리는 IPO를 원하는 기업들의 파이프라인에 고무돼 있다”며 “올해 초 새로운 상장 규정이 시행된 이후 더 많은 활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