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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추격에…역대 산업장관들 "韓 보조금 지원해야"

조민정 기자I 2024.10.14 18:36:37

[중국발 D램 과점 균열]
세계 반도체 패권 탈환 위한 韓전략 논의
'쩐의 전쟁' 속 지원 부족…"종합대책 나와야"
"정치권 경각심과 괴리…관련 입법 추진 시급"
질적 인재 양성 중요…"생태계 지원 대폭 강화"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중국 반도체 D램 업체와 삼성전자의 격차를 시간으로 따지면 3~4년 정도로,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직접보조금, 금융·세제 지원을 종합적으로 묶어 큰 판을 벌여야 한다.”(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추격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역대 산업부 장관들이 모여 정부의 전방위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에 돈을 쏟아붓는 ‘쩐의 전쟁’이 시작됐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위기의식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직접 보조금을 비롯해 금융·세제 지원 등 종합 패키지 지원책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역대 산업부 장관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경협 개최 특별 대담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기술전쟁 시대…보조금·관련 입법 속도내야”

한국경제인협회는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역대 산업부 장관을 초청해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를 주제로 한 특별대담을 열었다. 일본 도시바의 몰락과 미국 인텔의 위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자리다. 이날 대담에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정부에서 역대 산업부 장관을 지낸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윤호 전 장관은 “과거 무역전쟁이 지금은 기술전쟁으로 변했고 그 핵심이 반도체 산업”이라며 “이제 소총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 여론을 의식해 직접 보조금 지원을 망설이는 한국 정부를 향해 그는 “다른 나라도 직접보조금, 세제 지원에 조건을 달고 지원하고 있다”며 “국민 시각에 맞지 않는다면 우리도 조건을 달고 지원하면서 장기적인 연결고리를 만들면 된다”고 지적했다.

심각한 전력 수급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최소 10GW 전력이 필요하고, 오는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만 49GW에 달할 전망이다. 이를 더하면 60GW에 이른다. 원전 60개에 달하는 전력량이다. 지난해 한국의 전력이 약 144GW라는 점을 고려하면, 2030년께 50%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은 “전력 에너지 수요가 폭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위기의식을 못 느끼면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체되고 있는 송전망 건설을 조속히 완공하고 신규 원전 건설과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조기에 상용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은 “정부와 업계, 정치권이 갖고 있는 경각심에 괴리가 있고 거기서 오는 상당한 정체 현상이 많은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며 “고준위특별법 등 에너지 관련 입법을 빨리 해야 하는데 상당 부분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 中 거센 추격…“생태계·인재 투자 필요”

역대 장관들은 낸드플래시에 이어 D램까지 중국 업체에 따라잡힌 현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앞으로 D램이 기술 한계에 부딪혀 위로 쌓는 적층형 3D D램 시대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낸드플래시로 쌓는 기술을 터득한 중국이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전직 장관들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 생태계 구축은 물론 질적 인재를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D램을 쌓아 올리기 시작했으니 (3D D램 기술은) 길면 7년, 짧으면 4~5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낸드 시장에 들어온 것처럼 못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지원이 시급하고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지원 펀드 조성 역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육성은 물론이고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을 통해 마련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창양 전 장관은 “앞으로 반도체 인재는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인재 양성에 투자하는 기업에 정부가 상당한 세제 혜택이나 직접 보조금을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한국 인력만으로는 힘들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인재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을 글로벌 인재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 이윤호 전 지경부 장관,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 이종호 전 과기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역대 산업부 장관 초청 특별대담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에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 미래와 전략’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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