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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박호산에게도 의미가 크다. 2005년 오디션을 통해 예술의전당 정통연극 ‘아가멤논’에서 주인공 아가멤논 역을 맡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박호산에게 당시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굉장히 파격적인 형식의 작품이었어요. 1막부터 관객이 무대 위에 앉고, 제가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등장해 관객 앞에서 연설했거든요. 처음엔 오디션 결과가 너무 궁금해서 당시 무대감독으로 일하던 친한 형에게 소식을 좀 알려달라고도 했습니다. 다른 쟁쟁한 선배들을 대신해 주연을 맡아 기분이 묘했었죠.”
‘오셀로’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다. 질투와 불안 속에서 추락하는 장군 오셀로, 그를 불안으로 몰고 가는 질투의 화신 이아고의 대립이 중심이 된다. ‘햄릿’ ‘리어왕’ ‘맥베스’ 등 다른 비극에 비하면 국내에서 자주 무대에 오르지 않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박호산은 “의상이나 무대 등이 모던해서 그동안 접했던 ‘오셀로’와는 매우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캐릭터 해석 또한 새롭게 하고 있다. 흔히 오셀로를 질투와 열등감에 사로잡힌 인물로 묘사한다. 그러나 박호산은 오셀로가 내면에서 겪는 갈등을 조금 더 부각해 보여주고자 한다. 그는 “오셀로를 남의 말을 너무 믿기만 하는 어딘가 모자란 사람으로 그리고 싶지는 않다”며 “신분이 고귀한 사람도 누구나 자신의 욕망이나 판단력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저도 질투는 많은 편이에요.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가벼운지 알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려고 하지 않죠. 욕심도 많아서 좋은 작품을 보면 ‘나도 하고 싶다’며 연출을 쫓아다닌 적도 있고요. 하지만 열등감은 없습니다.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것은 배우라면 누구나 느끼는 부러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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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의 원동력으로는 “재미”를 꼽았다. 박호산은 “욕심을 부리려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며 “배우로서 한 가지 색깔만 보여주면 관객도 금방 물리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제 할 일은 저를 보러 오는 관객이 실망하게 만들지 않는 거예요. 저는 흔히 ‘선수’라 말하는 연출가, 작가, 제작자들이 좋아하는 연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제 연기를 좋아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이번 ’오셀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관객과 함께 공감대를 나누고 싶습니다.”
‘오셀로’에는 박호산과 동갑내기이자 대학 동창(중앙대 연극영화과)인 배우 유태웅이 오셀로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배우 손상규가 이아고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배우 이설, 이자람, 이호재 등이 함께 한다. 극단 풍경의 박정희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오는 5월 12일 개막해 6월 4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