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현 원내수석부대표) 대표 발의로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진을 여권 추천 7명, 야권 추천 6명으로 확대하고 이 중 3분의 2 동의(특별다수제)로 사장을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관계법 개정안(총 4개 법안)이 계류돼 있다.
그런데 해당 법안을 지지했던 민주당 정부는 ‘방송법 재검토’로 물러 섰고, 이 법안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은 ‘재검토는 언론장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법안에 찬성했던 국민의당 정도가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과 방통위의 행태가) 지난 정권의 행태와 무엇이 다르냐”며 원안대로 즉시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을 뿐이다.
미디어계 안팎에서는 우파든, 좌파든 정치권력의 속성상 방송의 자유와 독립 증진이라는 대의보다는 정치적 활용에만 관심을 두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정의당이나 법안 통과를 주장했던 시민단체들이 이 사태에 대해 입을 다무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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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는 25일 자 신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인 지난해 7월 공영방송 정상화를 목표로 발의했던 방송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이 법을 처리하는 것이 최선인지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보고에서 “(이번 개정안대로 시행되면) 최선은 물론 차선의 사람도 (공영방송) 사장이 안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고, 또 “만약에 이 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어느 쪽으로도 비토(거부)를 받지 않은 사람이 사장으로 선임되지 않겠느냐”며 “온건한 인사가 선임되겠지만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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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관계자는 “대통령 님 발언이어서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당시 대통령께서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이라고 하셔서 지시라고 보기는 그렇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방송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재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간사인 김경진 의원은 “방송의 공정성과 균형을 맞추고자 방송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과 공동으로 발의했다”면서 “특히 방송사 사장 선출에 있어 특별다수제는 국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인사를 뽑자는 취지이며, 이는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 지시로 방송법 처리가 무산된다면 적폐청산은 이뤄질 수 없다”며 “이런 시도는 기존의 방송법 체계로 차기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들이 구성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꼼수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과방위 소속 의원들도 비판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권이 결국 ‘방송자유’라는 가면을 벗고, ‘방송장악’이란 생얼굴을 드러냈다”고 질타했다.
이어 “‘온건한 사장’, ‘소신 없는 사장’이란 무슨 의미인가.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는 ‘코드사장’이 소신 있는 사장이라는 얘기가 아닌가”라며, “지금와서 문 대통령이 서슴없이 말을 뒤집는 모습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뒤바뀐 여야 입장에 당혹…“영혼 없는 공직자” 발언도 논란
이번에 논란의 중심에 선 ‘방송관계법 개정안’은 언론노조 및 기자협회 등에서도 찬성하는 법안이다. 그런데 갑자기 여야 입장이 바뀐 것이다.
언론노조 KBS본부, KBS노동조합과 기자협회, PD협회 등 KBS 내 직능단체들이 올해 5월31일부터 6월5일까지 KBS 전 직원(4,975명)을 상대로 한 설문에 3,292명(응답률 66.2%)이 답했고, 이사회 및 사장 선출 구조 개편과 특별다수제, 편성위원회 강화 등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 통과에 3,091명(94%)이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직 방통위 상임위원은 “우파 정권이든 좌파 정권이든 정치권력은 방송을 장악하고 싶어한다”며 “방통위가 종편의 의무전송을 줄이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기정통부,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발언한 ‘영혼없는 공직자는 안된다’ 발언도 논란이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새로운 공직자상을 강력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 여러분의 헌신이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올려놓은 밑거름이 되었다. 그동안의 공로에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면서도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새로운 공직자상을 요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지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그런 면에서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 있는 존재가 되어야지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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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한 직원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한다는 차원과 정권의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는 보는 이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며 “방송정책국의 경우 같은 입으로 갑자기 전혀 다른 말을 할 수 밖에 없어 직원을 교체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직원은 “지금까지 탈원전에 반대했던 원자력 관련 과에서 정부가 바뀐 뒤 공론화위원회로 직원을 파견하려 하니 아무도 안 가려 하고 있다”며 “소신과 다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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