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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협상 불가피..원산지 규정 변경시 타격 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FTA 개정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국회 보고는 한미 FTA 개정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마지막 국내 절차다. 이에 따라 한미FTA 개정에 들어가기 위한 국내 준비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개정협상은 내년 1월께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미국측이 상품분야뿐만 아니라 서비스·투자, 원산지 규정 등 전방위적으로 개정 요구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면 개정은 아니지만, 그간 미국측이 불리하다고 요구했던 품목뿐만 아니라 현재 협상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슈도 모두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상품분야의 경우 한미간 무역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잔여관세철폐 가속화 및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조정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언급됐다. 특히 자동차분야의 경우 환경기준 등 비관세 장벽 해소 등에 상당한 요구를 할 것으로 적시됐다. 이번 한미FTA 개정 과정에서 자동차가 주요 협상 품목으로 오르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자동차 분야의 경우 현재 국내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업체당 면제차량 수 2만5000대(쿼터)를 더 늘려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의 국내 판매가 부진해 쿼터 물량을 밑도는 1만대 수준에서 팔리는 터라 쿼터를 늘려도 시장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원산지 규정은 다른 차원이다. 미국은 현재 NAFTA 개정 협상을 하면서 NAFTA산 자동차로 인정받을 수 있는 현행 자동차의 원산지규정을 역내 부가가치기준 62.5%에서 85%로 상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산 부품 50% 의무사용도 포함시키려고 한다. 우리측에는 아직 정식 요청은 없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원산지 인증 비용이 늘거니와 미국 공장의 경우 미국산 부품을 늘려야 한다. 미국 공장에서 대부분 국내 하청업체의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터라 산업구조에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김 본부장은 “미국이 그렇게 무대포로 협상할 것 같으면 그건 참… 인생 살기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농업 분야 역시 우리측에는 민감한 분야다. 농촌경제연구원 분석자료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 5년간(2012~2016년) 농산품 대미 무역수지 적자는 발효전 5년(2007~2011년)에 비해 7억5000만달러 늘어난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추가 개방은 불가하다며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미국측이 이를 공격하며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측의 민감품목을 건드리면서 다른 분야에서 이익을 얻겠다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농산물은 1차적으로 참여정부 때 98% 개방했기 때문에 추가 개방할 것이 없다고 본다”며 “농산물을 건드리면 우리도 미국이 민감해 하는 이슈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농산물을 건드리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며, 잘 생각해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서비스 협상도 이뤄질듯..정부, ISDS제도 개선 요구도
서비스 및 투자 분야의 경우 미국은 금융(로컬서버 요구 자제) 전자상거래(소스코드 및 알고리즘 공개요구 금지 등)분야에서도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4차산업혁명에서 빅데이터 등과 관련된 분야인 만큼 향후 서비스무역적자를 개선해야하는 한국측 입장에서는 미국 요구를 쉽게 수용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우리측은 공격카드로 한미FTA의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혀온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개선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ISDS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 등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제도다. 외국인 투자자가 특정 국가의 비합리적인 법에 억울하게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정부의 공공 정책 기능이 무너지고, 거액 배상을 노리는 민사소송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 본부장은 “상호 호혜성 증진과 이익의 균형 달성을 목표로 협상을 추진하겠다“며 ”미국 측 개정 수요에 상응하는 우리측 개정 수요를 발굴·제시하고 개정범위 축소·완화를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