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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도산 등 기업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A변호사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조항은 법리적으로 의문이 있다”고 짚었다. 현행 상법은 이사와 회사의 관계를 위임 관계로 보아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의 근거는 빈약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주식회사의 대원칙에도 반한다는 것이 A변호사의 지적이다. 주주는 주식을 소유하지만 경영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수행하는 구조인데,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주주와 회사를 동일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주주의 이익’이라는 개념의 모호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배구조 포함 기업법무 전반을 다루는 B변호사는 “주주 상호 간에도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는데, 대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소수주주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다”며 “이사가 어떤 주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인수합병(M&A) 및 회사법 전문의 C변호사도 같은 우려를 표했다. “주주 이익이라는 개념은 말은 좋지만, 법적으로는 그 모호성 때문에 실제로 그에 따라 행위를 해야 하는 이사의 행위 지침으로 충분히 기능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개정안 시행으로 주주들의 소송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B변호사는 “(상법 개정안 시행 시) 소수 주주들이 상법 제401조를 근거로 이사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남발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사의 민형사상 책임,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민사적으로는 상법 제401조(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판례는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입혀 간접적으로 주주가 입은 손해는 상법 제401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주의 간접손해도 ‘직접손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형사적으로도 업무상 배임죄 적용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대법원은 현재 “이사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지 주주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으나, 개정안 시행 후에는 이사를 ‘주주의 사무처리자’로 볼 여지가 생긴다.
C변호사는 특히 형사법적 관점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이사가 의무 위반을 하면 형사상 배임이 될 수 있다”며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으면 의무 위반이 될 수 있고, 이게 극단적으로 배임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이런 불명확성이 우리나라 법률 특성상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임죄로 형사처벌까지 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법제 하에서는 이사의 행위 지침이 최대한 명확해야 하는데, 이번 개정안은 너무 불명확한 개념을 도입해 형사 책임까지 이어질 수 있어 문제”라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도 “추가 검토 필요”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과하려는 개정안의 입법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현행 회사법 체계에 비춰봤을 때 이사와 주주 사이에 위임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으므로, 이사가 주주에 대해 직접 충실의무를 부담한다는 개정안이 이질적인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사의 형사책임과도 관련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법원행정처는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달리 이사의 책임과 관련해 민사적인 부분보다 배임 등의 형사책임이 많이 문제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특수성도 고려해서 이사의 책임 부분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상법 개정안의 배경으로 LG화학(051910)의 LG에너지솔루션(373220) 물적분할 사례를 꼽는다. 당시 기존 LG화학 주주들이 소외되면서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던 사건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A변호사는 “소수 주주를 보호하고 지배주주의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이처럼 포괄적인 규정이 과연 그 의도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행법에도 단독 주주권(이사회 의사록 등)이나 소수 주주권(주주 제안 등) 등 회사에 대한 경영 견제 장치가 이미 도입돼 있다”며 “그 외에 이렇게 일반적인 조항으로 주주에게 직접적으로 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상법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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