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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투자하면 관세 면제"…트럼프 '관세 공식' 푸는 기업들

김상윤 기자I 2025.03.06 15:16:07

美3대자동차업체 볼멘소리에…한달간 관세 면제
백악관 "다른 업종에도 추가 관세 면제 열려 있어"
''달콤한 사탕'' 같은 대미 투자…비용 상승 불가피
보조금도 없는데다 정책 불확실성 최대 리스크 요인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이 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자동차에 대해서는 관세를 한 달간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약간의 시간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 투자한 기업에는 혜택을, 그렇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관세 공식’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에 공급망을 갖추고 있는 글로벌 기업입장에서는 어려운 복합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국 국회 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동 의회 연설을 하는 동안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AFP)
◇케·멕 자동차 관세 한달간 면제…약간의 기회 준 트럼프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동안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을 언급하며 “USMCA를 통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대해 한달간 관세 면제를 제공할 것”며 “상호관세는 4월2일부터 여전히 발효되지만, USMCA와 관련된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은 그들이 경제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달간 관세 면제를 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GM, 포드, 스텔란티스의 대표와 통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업체 대표들은 통화에서 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고, 관세 및 환경 정책과 관련된 확실성을 희망했다. 리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영진에게 당장 미국 투자를 시작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한달간 유예 시켜주는 대신 미 3대 자동차 업체들이 가져올 미국 공장 이전 및 투자 확대 계획을 점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 반도체와 의약품에 최소 25%의 관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을 오는 4월2일께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협상의 여지를 뒀다. 그는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러)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세우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독려하면서도, 이를 거부할 경우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동시에 던지고 있는 것이다. ‘협상가’다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인 셈이다.

백악관은 이같은 ‘관세공식’은 다른 업종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리빗 대변인은 “미국 국민은 이 나라의 제조업 기반을 재건하고,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를 수탈해온 외국에 맞서 싸우는 등 기념비적인 개혁과 변화를 위해 이 대통령을 선출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혼란이 필요하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제조업체에 부여한 것과 같은 추가 관세 면제 조치에 대해서도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업종을 밝히진 않았지만, 다른 업종들도 미국 투자 확대 카드를 가져올 경우 언제든 관세를 유예 시켜줄 수 있다는 제스처를 보낸 것이다.

‘미국으로 공장 이전 카드’는 얼핏 ‘달콤한 사탕’처럼 보이지만,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조세, 인건비, 규제, 원자재 공급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공장을 짓는다. 비용은 최대한 줄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공급해 고가에 제품을 판매해야 최대한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기업들이 그간 멕시코,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공장을 설립한 뒤 제품을 싸게 만들어 미국, 유럽(EU) 등 큰 시장에 물건을 판매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생산성 떨어지는 美투자 어려워…정책 불확실성도 리스크

하지만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미국 내 인건비는 전 세계적으로 톱 수준으로 생산성은 떨어지고,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분화돼 있어 충분한 원자재를 구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생산하려면 철강, 알루미늄 등 원자재를 비롯해 각종 부품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 내 이런 공급망이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지 않고, 있더라도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차라리 관세를 물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저렴하게 물건을 생산하는 게 낫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북미에서 사업하는 A대기업 관계자는 “미국에 투자를 하면 일단 관세 폭탄은 피하겠지만, 비용이 올라가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트럼프 임기가 영원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쉽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귀띔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어려움을 고려해 보조금이라는 ‘인센티브’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독려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에 있던 보조금마저도 폐기할 태세다. 그는 전날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그들(반도체 기업들)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돈을 주는 게 아니라 (그들이) 관세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반도체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B대기업 관계자는 “인센티브없이 생산성이 떨어지는 미국 투자를 하라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카드”라면서 “불확실성은 기업입장에서 최대 리스크인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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