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MBK파트너스와 협의하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을 중단했다. 지난 6월 15일 매각설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한지 두 달하고 사흘째 이뤄진 조치다. 모빌리티 구성원들이 카카오에 소위 ‘상생안’을 전달한 지 이틀만이다. 인터넷 업계는 물론 카카오노조와 대리운전노조도 매각철회 결정을 환영했다. 정치권 공격으로 계열 분리가 추진됐지만, 카카오 공동체의 힘이 혁신서비스로 진화해 사회와 함께 지속 성장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모빌리티 구성원들이 도출한 방향성 존중한 카카오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공동체센터)는 18일 카카오모빌리티 주주 구성 변경 검토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7월 말 공동체센터와 홍은택 카카오 ESG담당 각자대표를 만나 “사회적 책임 이행 방안을 제안하겠다”며 매각 유보를 요청했다. 모빌리티 노사는 8월 초 ‘모빌리티와 사회의 지속 성장을 위한 협의체’(지속성장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난 16일 상생안을 공동체센터에 전달했다. 기술과 사업 등 각 분야 직원 15명이 모여 만든 상생안에는 ‘혁신과 성장, 동반과 공유’ 라는 4개의 아젠다를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국민이 겪는 이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을 만들고,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 모빌리티 파트너 및 이동 약자들과 동반 성장하며, 기술과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배차시스템 투명성을 진단하기 위해 발족한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위원장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공개보고서를 내고 기업의 영업기밀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전면 공개하는 것까지 검토 중이다.
카카오는 매각 철회 이유로 모빌리티 노사가 도출한 경영의 방향성을 꼽았다. 이들의 사회와의 지속 성장 의지를 존중하고, 이를 구체화해 실행하는 걸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 공동체센터는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혁신에 기반해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 모빌리티 생태계의 성장을 카카오모빌리티가 계속해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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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영향력을 지닌 ‘공간정보통신사업자’ 될 기회
모빌리티 매각 논란은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카카오가 정치권의 집중포화를 맞은 이유가 모빌리티의 스마트호출료 인상 등 수익위주 경영 때문이었던 점도 부인하긴 어렵다. 지난달 18일 김성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메신저 회사인 카카오가 택시, 대리, 주차를 하느냐는 외부 공격이 많은 상황”이라며 “경영권을 놓는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성장을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고 언급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원들 의견은 달랐다. 전략적투자자(SI)라고는 보기 어려운 곳에 매각하려는 움직임에 모빌리티 임직원 75% 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카카오 계열사 임직원 1600여 명도 서명에 동참했다. 정치권에 두들겨 맞으면 카카오가 자신을 버리지 않겠느냐는 두려움마저 있었다.
그런데 모빌리티 구성원들은 마음을 다잡았다. 스톡옵션 행사는 당분간 어려워졌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선한 영향력을 지닌 모빌리티 혁신 기업으로 미래 경영 방향을 정하는데 합의한 것이다. 사람간 연결의 힘으로 성장한 카카오는 사람과 사람(대리운전), 사람과 사물(택시호출), 사물과 사물(자동물류·배달 로봇)의 연결을 책임지는 카카오모빌리티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공간적으로도 지상을 넘어 에어택시 등 도심항공모빌리티(UAM)로 확대될 것이다. KT에 따르면 2040년 국내 UAM 시장은 13조 원 규모로 성장하며 이 중 75%는 서비스가 차지할 전망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구성원들이 류긍선 대표와 최바다 티제이파트너스(가맹택시를 운영하는 모빌리티자회사)대표 등과 함께 카카오공동체센터와 소통하며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혁신을 잘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