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구위원은 “2006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가입자와 적립금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가입, 적립, 인출 단계별로 퇴직금 시대부터 이어지는 문제점을 여전히 안고 있다”며 “그 중 하나가 퇴직연금 급여를 일시금으로 받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일시금 수급자의 비중이 높은 원인 중 하나는 퇴직자의 적립금이 연금화하기에는 매우 적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적은 이유는 재직 중의 다양한 사유로 중도인출 때문인데, 이 가운데 주택구입과 주거임차가 대표적인 사유다.
최근 주택가격이 상승하며 주택구입 욕구가 높아졌고, 주택구입자들이 가능한 모든 자원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퇴직연금 적립금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9년에는 2조8000억원이 중도인출 되었으며 이 중 주택 관련 중도인출액은 1조2000억원(주택구입 8000억원·주거임차 4000억원)이었다.
연령별로 30대와 40대의 중도인출자가 많아 이들의 퇴직소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홍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퇴직연금의 적립금은 적립(근로)기간에 비례한다. 퇴직 등으로 근로기간이 짧아지면, 그에 비례하여 퇴직연금 적립금이 줄어든다. 퇴직연금 중도인출도 근로기간 단축과 유사한 효과를 갖는다.
주택구입 관련 30대와 40대의 평균 중도인출액(2700만원, 4600만원)과 평균 임금(334만원, 381만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세대는 각각 근로기간 8.1년, 12.1년에 해당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중도인출하고 있다. 30대와 40대 중도인출자는 55세까지 각각 평균 20년, 10년의 적립기간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들 세대는 각각 28.8%와 54.7%에 해당하는 퇴직연금 적립 기회를 상실한다는 것이다.
홍 연구위원은 “주택 관련 중도인출을 막을 수 없다면 주택 대출을 퇴직연금 적립금만큼 추가로 허용해 주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며 “최종 퇴직 시기에 퇴직자들은 퇴직연금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든지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남은 대출금을 상환하고, 주택을 활용하여 퇴직소득을 조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